[현장에서] 씹는 담배 끊어도 잘 치고 잘 던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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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철
스포츠부문 기자

몇몇 선수들이 애용하던 씹는 담배를 그라운드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검은 침을 뱉던 선수도 사라졌다. 본지가 야구장에서 씹는 담배가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에 좋지 않고 건강에 유해하다는 보도(5월 19일자)를 한 뒤 야구계가 자발적인 노력을 한 결과다.

 씹는 담배를 물고 타석에 들어서던 삼성의 거포 최형우(28)는 이제 맨입으로 타석에 선다. 긴장감을 높이고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기에 씹어본 담배였다. 그는 “팀에서나 주위에서 보기가 안 좋다고 해 안 한다. 허전하긴 한데 괜찮다”고 말했다. 같은 팀 동료 신명철(31)도 금연에 동참했다. 그는 “안 좋다고 해 끊었다”고 이유를 말했다.

 본지가 지난달 선수와 트레이너를 상대로 알아본 결과 담배를 씹는 프로야구 1군 선수는 20명을 웃돌았다. 경기장에서 모든 종류의 담배를 금지하는 구단은 SK뿐이었다. 몇몇 구단 트레이너나 구단 관계자들 상당수는 ‘담배는 기호품’이라며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선수들 스스로 씹는 담배를 자제하고 있다. 그래도 경기력 저하는 없었다. 최형우는 씹는 담배를 끊고도 홈런 두 개를 쳤다. KIA의 서재응은 씹는 담배 없이 3승을 거뒀다.

 씹는 담배가 해롭다는 건 의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송근배 경북대 예방치과 교수는 “씹는 담배는 입술, 구순, 구강 점막뿐 아니라 인후부까지 암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보기에도 안 좋다. “담배 물고 하는 게 무슨 스포츠인가”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많은 선수들이 “어린이와 청소년 보기에 안 좋다는 지적이 마음에 걸렸다”고 고백했다. 이제 씹는 담배는 퇴출이 가능할 것 같다. 프로야구를 꿈꾸는 청소년의 롤 모델인 선수들의 결단은 그들이 지닌 책임감을 증명한다.

 프로야구는 전 경기가 생중계되고 600만 이상의 관중이 현장에서 지켜보는 최고 인기 스포츠다. 올해 프로야구는 300만 관중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목표인 700만 관중 동원도 가능할 것 같다. 씹는 담배 없이도 이룰 수 있는 목표다.

김우철 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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