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WHO 휴대전화 암 경고, 정부 입장은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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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뇌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이런 우려는 전에도 제기된 적이 있지만 권위 있는 국제기구가 이렇게 분명하게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14개국 출신의 전문가 31명이 모여 지금까지 발표된 수많은 연구 논문을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IARC는 “하루 30분 이상 10년 넘게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교 종양 발생 확률이 40%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WHO는 휴대전화 전자파를 ‘발암 위험 평가 기준 2B’로 분류했다. ‘암 유발 가능성이 있음’을 뜻하는 이 단계는 전체 다섯 단계 중 세 번째다. 살충제(DDT)·납·배기가스 등 270개 물질이 2B군에 속해 있다.

 이 발표가 보도된 뒤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꺼림칙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10대 자식을 둔 엄마들은 성장기의 아이들이 더 나쁜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냐며 우려했다. 성인 남자들은 뇌종양은 물론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닐 경우 정자 생산도 줄어든다고 하더라며 경계론을 펴기도 한다. 인터넷에서도 찬반 논쟁으로 시끌벅적하다. 2B군의 270개 물질 중에는 커피와 피클도 있다며 WHO가 지나치게 겁을 주고 있다는 비난 의견도 있다.

 대부분의 국민이 휴대전화를 쓰고 있으며 청소년의 중독 현상도 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당국과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가만있어서는 안 된다. WHO의 발표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대기 중에 방사능이 검출됐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술렁거렸다. 하지만 검출된 양이 X선 촬영 때 나오는 방사선량의 몇 천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하자 안심할 수 있었다.

 WHO가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정부가 아무 말도 않고 넘어간다면 그게 이상하다. 삼성·LG 등 제조업체들도 의견을 밝혀야 한다.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이 어느 정도이고, 그걸 줄이기 위한 노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