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역 층수제한 폐지 “호재” vs “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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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2종 일반주거지역인 대구시 서구 평리3동. 현재 18층까지만 지을 수 있는 아파트 층수 제한이 다음달 폐지될 예정이어서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으니 개발도 앞당겨지겠지요.”

 대구시 서구 평리3동 주민 이태금(52·여)씨의 말이다. 그는 “현재 18층으로 묶여 있는 집 주변의 건물 층수 제한이 없어진다니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개발이 쉬워져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제2종 일반주거지역 내 층수 제한을 없애기로 하자 해당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여건이 나아져 개발이 빨라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18층 이하 지역) 내 층수 제한 폐지를 담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건설 경기를 부양하고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도에서다. 개정 시행령은 다음달 말께 시행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건물의 재건축·재개발 때 층수에 관계없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대구지역의 제2종 일반주거지역 가운데 18층 이하 지역은 전체 면적의 22.7%인 23.6㎢다. 원대오거리∼비산네거리∼내당네거리∼명덕네거리∼수성네거리∼청구네거리∼공고네거리 등을 연결하는 2차 순환선과 만평네거리∼두류네거리∼앞산네거리∼황금네거리∼만촌네거리∼큰고개오거리∼복현오거리∼노원네거리 등을 연결하는 3차 순환선 사이에 많다. 서구 평리1·3동, 비산1·6동, 내당동 등이 대표적이다.


 층수 제한 철폐의 효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거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층수가 높아지면 아파트 동(棟) 수가 줄어 건물 간격이 넓어진다. 이곳을 녹지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생기는 프라이버시 침해 사례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또 건물 간 층수를 달리 설계해 아파트단지의 미관도 살릴 수 있다.

 주민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층수 제한은 사라지지만 용적률은 220%로 이전과 같기 때문이다. 일부 단지의 경우 가구수가 조금은 늘어날 수 있겠지만 대다수는 비슷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현실적인 이유를 드는 사람도 있다. 아직 미분양 아파트가 많고 건설 경기도 가라앉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구 주민 정재현(60)씨는 “재개발지역의 투자 가치가 높아질 수는 있지만 수성구 등 인기지역과 달리 수요가 적어 개발이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 내 7층 이하 지역 정비작업도 추진한다. 주변 여건을 고려해 개발이 필요할 경우 7층 이하 지역을 층수 제한이 없는 지역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7층 이하 지역은 주로 3차 순환선 안팎이다. 대구시는 다음달까지 정비 기준을 마련한 뒤 8월 말까지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대구시 김광석 도시계획담당은 “층수 규제가 완화되면 아파트의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낙후된 지역의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특히 개발의 여지가 많은 서구지역 등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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