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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고령 환자 척추수술, 조금만 째도 가능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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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신규철
제일정형외과 대표원장

얼마 전 80대 초반의 건장한 어르신이 병원을 방문했다. 증상을 물어보니 허벅지와 종아리가 터지는 듯 아프고, 발바닥이 모래밭을 밟는 것처럼 감각이 무디다고 하신다. 걸음걸이도 불편해 보였다. 중심을 잡지 못해 휘청거리듯 걸으신다.

 고령층에선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증상만으로 중풍이나 파킨슨병 같다고 해서 병원을 전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중증 척추관협착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척추관협착증 초기에는 허리나 엉덩이가 묵직하게 아프지만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신경손상으로 이어져 다양하고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

 요즘 요통에 비수술요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칼을 대지 않고 피부에 작은 구멍만 뚫고 카데터를 넣어 통증 부위를 치료한다. 환자에겐 수술에 대한 부담이 적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으니 권할 만한 시술이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은 나이가 들면서 단계적으로 악화하게 마련이다. 초·중기 척추관협착증에 도움을 주는 시술이라도 말기에 이르러서는 속수무책이다.

 신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망가지면 결국 신경이 약해지거나 마비돼 고통스러운 증상이 나타난다. 허리와 엉덩이 쪽이 빠지는 것 같다거나 발바닥이 시리고, 뜨겁게 느껴진다. 심하면 대소변을 볼 때 힘을 주는 것도 힘들다. 이렇게 다리로 가는 신경이 망가지니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일 수밖에 없다.

 중증 척추관협착증 치료의 대안은 수술밖에 없다. 다행히 요즘엔 고령층을 위한 수술기법들이 속속 소개되고 있다. 예컨대 미세현미경감압술(UBF)은 피부를 1.5~2㎝ 한쪽만 절개한 뒤 5 배율의 현미경을 삽입해 척추신경을 압박하는 뼈를 제거한다. 추궁이라는 뼈를 제거하지 않고 30~40분 만에 치료할 수 있어 수술에 대한 부담과 시간을 크게 줄였다. 절개 부위가 작아 출혈량도 적고, 회복이 빠르다. 보통 수술 48시간 뒤에는 보행을 시작하고, 1주일 뒤 일상생활을 한다.

 상태가 심각해 척추유합술을 하는 경우에도 적게 째는 최소침습 방법이 도입됐다. ‘경피적 척추유합술’이 그것이다. 피부를 1㎝ 정도 째고 나사를 박는 것으로 출혈과 근육손상을 크게 줄였다.

 나이가 70세가 넘은 분들은 병원을 선택할 때 나름대로 기준이 필요하다. 우선 해당병원이 고령자 수술을 많이 했는지, 또는 노인 수술로 특화를 한 곳인지 알아봐야 한다. 수술시간은 얼마나 되는지(보통 1시간 이내), 전신마취인지, 부위마취인지도 중요하다. 노인은 전신마취가 폐 또는 심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수술 후에도 24시간 환자 감시 모니터링을 갖춘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작은 문제라도 발생하면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무통주사를 통해 48∼72시간 관리를 하기 때문에 통증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해소됐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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