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금요일 새벽 4시] “사진에서 아무 소리 안 들리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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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들리는 사진’, 보고 있으면 환청처럼 소리가 느껴지는 사진을 찍는 게 꿈이라고 이 코너를 통해 밝혔었습니다. 글을 보신 신영복 교수는 성공하면 꼭 보여 달라고 당부하셨고, 에디터는 ‘방출 카드’까지 꺼내 보이며 독려(?)를 했지요.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송광사 새벽 예불 음반으로 그래미상에 도전하는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씨를 만난 겁니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좋다고 소문난 스피커 5대가 설치된 그의 작업실에서 말입니다. 눈을 감으니 새벽 공기를 가르는 스님들의 예불 소리를 직접 듣는 듯 생생합니다. 이제 찍기만 하면 됩니다. 소리가 가장 크게 들릴 스피커 옆에 서서, 스피커를 끌어안고, 스피커를 등지고, 스피커를 바라보며…. 정확하게 2시간12분 동안 찍었습니다. 제 별명이 ‘두 시간’이라고 말했던가요? 별명 값을 채우고도 넘쳤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슴 먹먹한 감동이 잔상처럼 남아 있는 스님들의 예불 소리는 사진 속에서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4면 사진을 봐 주십시오. 소리가 들리십니까? 낙담하는 제 가슴에 에디터의 비수가 날아와 꽂힙니다. “아무 소리 안 들리는데. 사표 준비했지?” 제 꿈은 이룰 수 없는 걸까요. <박종근>

◆“개인적인 질문 해도 될까요?” 홍콩 식품회사 이금기의 리만탓 회장을 인터뷰할 때였습니다. 기자인 제가 아니라 인터뷰 대상인 리 회장이 제게 묻는 겁니다. “결혼은 했어요? 아이는 있나요? 자녀 계획은 어떤가요?” 급기야 “아이는 많을수록 좋다. 자녀가 있어야 온전한 가정”이라고 훈계(?)를 합니다. 왜 상장하지 않고 가족기업으로 남고자 하는지 설명하다가 옆길로 샌 겁니다. 보통 서양 CEO들은 잘 안 하는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리 회장. 123년 역사의 가족기업을 이끌고 있는 그가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경험도 들려줬습니다. 4남1녀를 연년생으로 낳는 바람에 몇 년간 기저귀 빨래를 하느라 고생했는데, 지금은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요. 그는 평소 건강과 가족, 일의 삼박자가 균형을 이뤄야 진정 성공한 인생이라는 신조가 있습니다. “우리 에디터도 회장님같이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했더니 껄껄 웃습니다. “돌잔치 하게 되면 초대해 달라. 꼭 가겠다”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선배들이 한마디씩 하십니다. “우리 조카, 돌 선물로 굴소스 선물세트 받겠네.” <박현영>

◆마감날 오후, 답이 안 나옵니다. 커버 사진으로 쓰려는 리만탓 회장의 사진 탓입니다. 2m30㎝짜리 소스 병 때문에 세로는 충분히 긴데 가로가 짧습니다. 이리저리 맞춰보는데 병을 자르지 않으려면 사진 양쪽 옆을 빈 공간으로 남겨둬야 할 상황입니다. 1차 시도, 지면 레이아웃을 바꿨습니다. 다른 등장인물 사진을 총동원해 빈 공간을 메웠습니다. “너무 지저분하잖아. 그러잖아도 중국집 분위기가 나는데. 좀 더 깔끔하게 못해?” 에디터의 속 모르는 주문입니다. 2차 시도. 사진 왼쪽을 억지로 늘려 봅니다. 영 자연스럽지가 않습니다. 머리에서 김이 납니다. 몇 시간째 끙끙대다 사진을 넘긴 박종근 차장에게 화풀이를 합니다. “선배, 사진 이거 말고 다른 거 없어요? 왼쪽이 너무 모자라.” 순간 들리는 허무한 응답. “어, 그거. 내가 왼쪽 잘라서 넘긴 건데….” “윽, 선배만 아니었으면….” 아무튼 잘려나간 사진 2㎝를 되찾아 1면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김호준>

j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신문 ‘제이’ 51호
에디터 : 이훈범
취재 : 김준술·성시윤·김선하·박현영 기자
사진 : 박종근 차장
편집디자인 : 이세영·김호준 기자,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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