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800시간 수업으론 말하기·쓰기 벅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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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2부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국영평)이 대학 입시에 부분적으로 활용되면서 시험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에 학생·학부모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에 대비하려면 탄탄한 읽기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어도선(영어교육과) 고려대 교수는 “영미 아동문학을 비롯해 영어로 된 책을 많이 읽으면서 풍부한 어휘와 표현을 익히는 훈련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 찾기나 호텔 예약같이 특정 상황에 필요한 표현을 외우기만 해서는 5초 이상의 대화를 이어갈 수 없다. 기본 사고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영평 시험이 영어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김성천 부소장은 “초·중·고 모두 합쳐 800시간 정도 영어를 공부하면서 말하기·쓰기도 잘하기는 어렵다”며 “초등학생부터 영어 사교육 열풍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준 숙명여대 교수도 “달라지는 시험에 대비하려면 영어 교사들의 가르치는 능력도 높아야 하고 수업 준비도 더 많이 해야 한다”며 “단기 성과를 내기 좋은 사교육으로 학생들이 몰릴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상위권 대학들이 4개 영역에서 모두 A급을 요구하거나 성인용 시험인 1급을 요구한다면 학생들의 부담은 현재 수능보다 더 커질 수 있다.

 교과부 오석환 영어교육정책과장은 “1급은 성인용 시험이므로 대입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대학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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