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는 아랍의 브릭스 … 쏟아지는 재건 특수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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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이집트 교역 규모는 31억 달러(3조3600억원)다. 사상 최대치다. 곽동운(57·사진) KOTRA 중동·아프리카 비상상황반장은 무바라크 전 대통령 하야 후 100일을 맞은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이 혁명의 도화선이 된 것은 높은 실업률과 극심한 빈부 격차 등 경제난이었다. 곽 반장은 “혁명을 계기로 이집트 국민 사이에 불공정 경쟁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는 의식이 널리 퍼졌다”며 “사회가 투명하게 바뀐다는 점에서 비즈니스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곽 반장은 이집트에 주목해야 할 이유로 ‘아랍 최대 규모의 소비 시장’이란 점을 강조했다. 이집트 인구 규모는 8400만 명이다. 그중 주소비층인 15~59세 인구 비중은 57%. 곽 반장은 “전문가들이 ‘포스트 브릭스(BRICs)’라고 전망할 정도로 떠오르는 시장”이라며 “지리적으로도 북아프리카의 관문인 데다 유럽연합(EU)과 인접해 있는 것도 비즈니스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혁명의 무대였던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주변에선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부패한 군부를 풍자하는 내용의 포스터를 파는 노점상이 눈에 띈다. 노점상 알리 안타르(43)는 “혁명이 일어나기 전엔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기념품을 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카이로=김기환 기자]

 혁명 이후 ‘재건 특수’가 불고 있다는 점도 기회다. 이집트 정부는 경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재정을 풀고 있다. 이집트 주택부는 2012년부터 저소득층 주택 보급을 위한 100만호 주택 건설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또 나일강 인근에서 240억 달러 규모의 수처리 시설 건설 사업도 진행한다. 세계은행에선 22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공해 재건을 돕는다. 곽 반장은 “이집트 정부가 어느 때보다도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재건 특수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혁명의 주역인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주목해야 한다. 젊은층이 열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곽 반장은 “이집트 혁명이 낳은 최대 히트상품은 SNS”라며 “정보기술(IT)이 발달한 한국 기업들이 마케팅 채널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시장에 진출할 때는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슬람 문화권의 특성 때문이다. 곽 반장은 “중동·아프리카 비즈니스맨은 업무 속도가 느리다”며 “거래 의지가 없는 것으로 오해하고 사업을 포기해선 안 된다. 느긋한 마음으로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신뢰부터 쌓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 무정부·과도기 상태라는 것은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곽 반장은 “연내에 총선·대선이 모두 치러질 예정”이라며 “불안 요소가 곳곳에 잠재해 있는 만큼 예상치 못한 위험을 감안하고 충분히 시장을 점검한 뒤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수출 유망 품목은=올해 상반기는 혁명의 여파로 이집트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하지만 하반기엔 회복세로 접어들어 지난해 수준의 교역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KOTRA는 건설 중장비·식품·원자재·자동차·철강을 대표적인 수출 유망 품목으로 꼽았다. 특히 인프라 건설에 속도가 붙음에 따라 건설 중장비·기자재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도 수출이 유망하다. KOTRA는 이집트 자동차 판매 성수기인 여름과 경기 회복세가 맞물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 ▶1000명당 자동차 소유 비율이 23명에 불과해 성장 가능성이 높고 ▶자동차 대부분이 노후화해 교체 수요가 있으며 ▶신차 시장의 40%를 한국산 자동차가 차지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고 ▶한국 자동차 부품에 대한 현지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철강 제품도 수출 전망이 밝다. 정부가 이집트 최대 철강사인 Ezz의 1사 독점 구조를 개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수입 철강 제품에 부과했던 보호관세도 완화할 전망이다. 하반기부터 건설 프로젝트 계획이 줄줄이 잡혀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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