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골프 비빔밥’ <17> ‘헤드업’ 고질병 고치는 비법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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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골프를 치면서 ‘헤드업 하지 말라’는 이야기, 누구나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골퍼라면 누구나 한동안은 이 증상 때문에 고민을 했을 것이다. 헤드업은 한동안 잠잠한가 싶다가도 마치 무좀처럼 도져서 골퍼들을 괴롭히는 병이다. 오죽하면 신발에 헤드업을 하지 말라는 문구를 써놓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라운드를 하거나 연습을 하다가 토핑이 나면 프로골퍼건 아마 고수건 간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헤드업 하지 말라’ 는 조언을 한다. 물리적인 현상으로서의 토핑은 당연히 셋업했을 때와는 달리 샷을 하면서 클럽이 떠서 지나간 것이고, 그 이유를 몸 전체가 들려 올라간 것으로 해석을 한 것이다.

그런 단순 해석도 공감이 안 되지만 ‘날아가는 공을 성급하게 보려고 하기 때문에 그러하다’는 원인분석은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토핑의 원인과 대책이 그리 단순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골프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좀 성급하게 날아가는 공을 보려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 행위가 꼭 고개를 쳐들면서 몸이 들려 올라가는 동작으로 연결되는 사람은 오히려 드물다. 그냥 고개를 공이 날아가는 쪽으로 돌릴 뿐이다. 그건 ‘헤드 업’이 아니라 ‘헤드 턴’이다. 헤드 턴은 토핑을 설명할 수 없다.

소위 ‘대가리 때렸다’며 자탄을 하게 만드는 토핑의 원인은 뭔가 두려움이 있거나 ‘잘못된 이미지’ 혹은 ‘잘못된 시선’이 원인이다.

뒤 땅을 쳐서 터무니 없는 결과를 몇 차례 경험한 사람들의 동작이 반대로 토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고, 주로 매트에서 연습을 하다 보니 바닥을 치는 것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 공의 탄도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 혹은 오해가 토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실제 탄도보다 더 높게 가는 것으로 착각함으로 해서 공을 어떻게든 띄워보려는 동작이 몸을 들리게 만들기도 한다. 강한 임팩트를 만들려고 할 때 자연히 왼발을 쭉 펴면서 벽을 만드는 동작이 되는데 그렇게 멋지게 왼쪽의 벽을 만들고자 하는 의욕이 토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토핑에는 이렇듯 많은 이유가 있다.

그렇지만 마음골프학교에서는 토핑의 가장 큰 원인을 ‘시선의 문제’로 본다. 토핑을 내는 사람의 공 바로 앞에(공이 날아가는 쪽으로) 비비탄(아이들의 장난감 총에 쓰는 총알)을 놓아주고 공에 시선을 두지 말고 비비탄을 보면서 진심으로 비비탄을 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샷을 해보라고 한다. 토핑이 거짓말처럼 일순간에 사라진다. 비비탄을 못 치면 만원의 벌금이 있다고 하면 효과는 더욱 좋다. 우드를 칠 때는 공의 바로 뒤에 비비탄을 놓아주면 그 효과 또한 즉각적이다.

젓가락으로 콩이나 깨를 집는 것을 보면 인간의 협응 능력이 참으로 놀랍다. 토핑에 대한 마음골프학교의 해석은 ‘공의 북극쯤을 보니까 거길 친다’는 것이다. 비비탄을 ‘토핑방지용 약’이라 이름을 붙여서 팔고 있다. 스윙 동작에 대한 어떤 조언도 하지 않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토핑 문제를 해결한 임상실험 결과 나온 약이다.

토핑은 헤드업을 하지 말라든가 공을 끝까지 보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을 보지 말라’는 것이 해결책이다. 공을 보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대체 지점을 발견하고 공이 아닌 공보다 더 작은 물건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아이언 샷을 할 때 디벗도 잘 만들어진다.

마음골프학교의 독특한 연습방법 중의 하나인데 ‘콩을 한 말 쳤더니 프로가 되어 있더라’는 어느 프로골퍼의 자전적인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토핑 때문에 고민이 많다면 꼭 한 번 시도해 보길 바란다.

 마음골프학교(maumgolf.com)에서 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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