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용인 경전철 ‘세금낭비 재앙’ 스스로 책임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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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경기도 용인시가 애물단지가 된 경전철을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가칭 ‘용인경전철공사’라는 지방공기업을 설립해 소유와 운영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경전철을 직영하면 민간사업자에게 맡겼을 때보다 운영비가 대폭 줄어든다는 논리다. 다만 불가피한 적자에 대해 경기도와 정부가 지원해 줘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일은 저질러 놓고 감당을 못 하자 외부에 손을 벌리는 격이다.

 용인경전철은 지난해 7월 개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흉물로 방치된 상태다. 당초 하루 평균 승객을 14만 명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3만 명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한다. 시행사인 용인경전철(주)에 부족한 11만 명분 운임 수입을 시민이 낸 세금으로 채워 주기로 했던 것이다. 하루에 1억5000만원씩, 운영계약기간인 30년 동안 모두 1조 65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이 엉뚱한 데로 흘러들어간다는 얘기다.

 민간사업자에게 줘야 할 이 돈을 직영을 통해 덜어내겠다는 게 용인시의 입장이다. 하지만 직영을 한다고 얼마나 더 절약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기업의 효율성을 고려할 때 오히려 더 많은 세금을 낭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방자치는 말 그대로 주민 스스로 지역을 다스리고 책임지는 제도다. 용인경전철은 치적(治績)의 망상에 사로잡힌 단체장의 무리한 사업과 이를 감시할 시민·시의회의 무관심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무책임하게 벌인 사업에 대해 중앙정부가 대신 떠안을 명분은 없다. 또한 국고 지원은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있다. 7월 개통 예정인 부산~김해 경전철과 내년 6월 완공되는 의정부 경전철도 비슷한 사정이다.

 용인시는 5000억원이 넘는 시설 인수비용은 지방채 발행과 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을 통해 조달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신규 사업이나 주민 숙원사업은 대부분 중단해야 한다. 세금 감시 소홀이 뿌린 재앙(災殃)을 용인시는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