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사상 최대 7조 … 이럴 때가 상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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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회사원 이모(38)씨는 얼마 전 주식 투자액을 7000만원에서 1억1000만원으로 늘렸다. 한도가 5000만원인 마이너스통장에서 4000만원을 대출받아 투자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요즘 표정이 밝지 않다. 주가 변동이 심해 수익률이 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출금리까지 생각하면 수익률이 10%는 돼야 하는데 수익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 금융부채는 937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9%나 늘었다. 2009년의 증가 폭(7.3%)보다 컸다.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탓이다. 하지만 빚을 갚을 능력은 줄고 있다. 가계의 빚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지난해 146%를 기록했다. 금융부채가 가계소득 중 저축이나 소비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의 1.46배로 소득으로 빚을 갚더라도 다 상환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 수치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융자액은 최근 사상 최대치인 7조원에 육박한다. 증시로 몰리는 개인 가운데 ‘대박’을 노리고 뛰어드는 투자자도 많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옵션 등 파생상품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 파생상품 시장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들어 33.3%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거래 대금도 하루 평균 27조원에 이르지만 전문 지식이 없는 투자자는 돈만 날리기 일쑤다.

 일반적으로 신용융자액의 증가는 ‘상투’의 조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아직까지 과열 상태는 아니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가총액과 비교했을 때 신용융자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늘어났다고 보긴 힘들다”며 “최근의 신용융자는 개인투자자가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투자 시기는 잘 가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덕수 삼성증권 역삼지점장은 “최근의 조정기에 분할 매수를 통해 주식 자산을 늘리거나 펀드나 랩 상품에 투자하는 방법이 좋다”고 말했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가파르게 오르던 증시가 미국의 경기하락 우려 등이 커지면서 조정을 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주식 보유 비중을 좀 줄이고 뒤로 빠져 있는 전략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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