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임 원내대표들, 민생부터 챙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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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주 한나라당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에 이어 어제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새로 뽑혔다.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을 이끌어 가는 각 당의 원내사령탑이다. 앞으로 국회가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는 이들의 어깨에 달렸다. 국회의 새로운 출발을 기다리는 국민들이 이들 새 진영에 거는 기대는 막중하다.

 국회를 향한 국민의 여망은 한마디로 ‘민생 챙기기’와 ‘국회 선진화’로 요약될 수 있다. 정치불신의 상당 부분은 민생을 외면한 폭력국회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정부 들어선 이후 지난 3년간 연말마다 몸싸움이 벌어지지 않은 적이 없다. 지난 연말에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의원 간 멱살잡이가 피투성이 난투극으로 번졌다. 엄청난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런 한심한 구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어려운 삶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법안들은 외면당해 왔다. 결론적으로 국회 운영의 개혁을 통한 효율적인 입법활동이 국민들의 여망이다.

 이번 신임 원내 지휘부는 이런 여망에 부응하리란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 이미 폭력국회 추방을 위한 국회선진화법안이 여야 의원들 간 논의를 거쳐 거의 골격을 갖춘 상태다. 국회 운영의 기본 틀을 바꾸려는 의지를 가진 의원들, 즉 한나라당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과 민주당 ‘민주적 국회 운영 모임’ 소속 의원들이 지난 3월 합의안을 만들었다. 양당 간 막판 이견으로 입법화되지 못하고 있다. 양당 지휘부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입법이 가능하다.

 마침 신임 여야 지휘부가 모두 국회 개혁에 적극적이다. 특히 한나라당 황 원내대표는 선진화법안을 만든 한나라당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에서 활동했던 당사자다. 그는 당선 인터뷰에서 “몸싸움은 국회법에 없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김 원내대표 역시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격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 역시 당선 인터뷰에서 “모든 정치현안을 원내에서 수렴하고 대화와 타협을 하겠다”고 말했다.

 두 원내대표의 다짐이 빈말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정치인으로 기록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