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기도의 빚더미 공기업들 뻔뻔한 성과급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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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영성과가 없어도, 그래서 빚이 쌓이고 만성 적자에 시달려도 성과급 잔치는 이어진다. 무슨 도깨비가 운영하는 회사가 아니다. 바로 경기도 공기업이다. 지난해 경기도 23개 공기업의 CEO 모두가 기본급의 150~360%를 성과급으로 챙겼다고 한다. 가뜩이나 어려워진 살림에 허리띠를 졸라 세금을 낸 도민들로서는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더욱이 부채 규모가 7조5271억원에 달하는 경기도시공사는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31억9515만원을 지급했다. 역대 최고액이란다. 2008년부터 매년 평균 1조원씩 빚이 늘어나고, 단기 차입금이 무려 1조8118억원이나 되지만 아랑곳없다. 당기 순이익이 반짝 호전된 것을 빌미로 ‘빚은 빚, 성과급은 성과급’ 식으로 득달같이 제 잇속부터 챙겼다. 그뿐만 아니다. 46억원의 적자를 낸 경기영어마을도, 68억원을 까먹은 신용보증재단도 성과급을 받았다. 정말이지 후안무치(厚顔無恥)의 극치다.

 이들은 모두 경기도의 경영평가에 따랐다고 해명한다. 평가는 A, B, C, D로 매겨지는데, D등급만 아니면 최소 150%의 성과급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D등급을 받은 기관장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결국 아무리 적자가 늘어도 성과급을 타먹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러니 지방공기업과 도청, 기관장과 도지사가 서로 특수관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사실 이런 현상이 어디 경기도뿐이겠나. 다른 지방공기업들도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일 터다. 지금 지방재정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 자립도가 평균 53%다. 중앙정부에 예산의 절반을 기댄다는 뜻이다. 지방채 잔액은 25조원을 넘는다. 모두 이런저런 사업을 벌이느라 진 빚이다. 전국 387개 지방공기업의 누적 부채도 50조원을 넘는다. 결국 모두가 시민에게 돌아올 부담이다.

 경기도 공기업의 성과급 잔치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한다. 그래선 안 된다. 결과적으로 빚을 내 잔치를 벌이는 셈이다. 세금을 마치 주머닛돈처럼 여기는 것이 아닌가. 도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 경기도는 성과가 없으면 보상도 없도록 공기업을 제대로 관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