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증 자폐아 검진·치료 시스템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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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아이들이 겪는 ‘마음의 병’이 심각한 수준이다. 사회성에 문제가 있어 치료가 필요한 경증 자폐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초등학생이 2.64%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 예일대 의대 소아정신과 김영신 교수와 루돌프어린이사회성발달연구소가 경기도 고양시의 초등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병률(有病率)을 전수(全數)조사한 결과다. 정신과 분야에서의 전수조사는 세계 최초인 데다 국내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병률 조사가 이뤄진 것 또한 처음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어린이 40명 중 1명이 겪을 정도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바로 우리 주변의 일이란 사실을 일깨운다. 그런데도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고 부모나 교사가 제때 발견하지 못하기 일쑤여서 장애아들이 대부분 방치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한 아이들은 ‘왕따’를 당하는 등 학교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일반 학교에 다니는 장애 학생들의 경우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데도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더 늦기 전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정확히 진단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유아기 발달장애와 달리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학교에 가고 나서야 알게 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학교가 장애 진단과 치료를 연결하는 중심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고양시가 관내 초등학교들과 연계해 정서·행동장애 무료 진단·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좋은 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일선 학교에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이 의심되는 학생이 발생하면 검사·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학생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차제에 정부는 학교에서 매년 실시하는 신체검사처럼 정기적으로 학생 대상 정신건강검사를 실시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올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체 못지않게 정신의 이상 여부를 조기 진단하고 치료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