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입양 보낼 때마다 심장이 멎는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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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의 날(11일)을 맞아 10일 각자 맡아 키우는 아기들을 데리고 한자리에 모인 ‘위탁모 2대’ 홍경신(오른쪽)·장은주 모녀가 활짝 웃고 있다. 아기들은 왼쪽부터 김진오·조정우·이다니엘. [김도훈 기자]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4동 홍경신(61·여)씨의 집. 태어난 지 3개월·2개월 된 조정우, 이다니엘군이 쌔근쌔근 자고 있었다. 지난달부터 홍씨가 맡아 키우는 아기들이다.

 “울보 다니엘과 얌전한 정우 덕분에 우리 가족이 웃고, 대화도 많이 해요. 우리 집의 활력소라니까요.”

 홍씨는 이들의 ‘위탁모’다. 위탁모란 부모가 키울 수 없어 기관에 보내진 아기들을 위해 이들이 입양되기 전까지 가정에서 돌봐주는 사람. 홍씨는 25년째 위탁모로 활동하면서 총 105명을 사랑으로 보살펴왔다. 최근엔 홍씨의 장녀 장은주(39)씨도 김진오(7개월)군의 위탁모가 되면서 홀트아동복지회의 56년 역사상 국내 1호 ‘위탁모 2대’가 됐다.

 1987년, 동네 한 아주머니의 권유로 위탁모가 된 홍씨는 당시 고등학생·중학생이던 3남매와 아기들을 같이 키웠다. 아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남편 장대훈(70·개인택시)씨도 적극 도왔다. 그는 이 집을 거쳐간 105명의 이름, 출생날짜, 입양국가 등을 25년째 직접 수첩에 꼼꼼히 기록해왔다.

  홍씨는 “아기가 입양되는 날엔 심장이 멎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직접 키우고 싶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가슴이 더 아프다. 입양된 아이들과 그들의 양부모가 이따금 홍씨 부부에게 보내오는 사진, 편지가 부부에겐 큰 위안이 된다. 미국·노르웨이·룩셈부르크… 심지어 ‘푀포야르’라는 덴마크령의 섬나라에서도 “감사합니다”라는 편지가 온다.

 남매를 키우느라 직장을 그만뒀던 딸 장씨도 3개월 전 어머니 홍씨의 권유로 위탁모가 됐다.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엄마가 아기들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밤낮으로 우는 아기들이 그땐 미웠는데… 어유. 우리 진오 좀 보세요. 정말 예쁘지 않나요?”

 모녀는 같은 빌라 옆 동에 살면서 서로 돕는다. 홍씨는 앞으로도 체력이 허락하는 한 아기들을 돌볼 계획. 딸 장씨도 어머니처럼 꾸준히 위탁모로 활동할 계획이다.

 “오래 키우진 못했어도 부모의 마음은 다 같잖아요. 보이지 않아도, 만나지 못해도 어디선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홍씨)

 “아기들이 고국을 떠나지 않아도 되게, 국내 입양이 늘었으면 좋겠어요.”(장씨)

 위탁모에겐 정부와 복지회에서 분유·기저귀 비용 외에 1만8000원의 일당이 지원되지만, 이마저도 아기를 위해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현재 홀트아동복지회에 등록된 입양 대기 아동은 698명. 위탁모는 500여 명에 불과하다.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글=송지혜·김혜미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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