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이라도 내줄 각오로 거센 중국 물결에 문 열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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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중국은 거대한 빙하다. 빙하가 녹은 물이 몰려오는데 그것을 에너지로 활용할지, 그저 홍수에 휩쓸릴지는 우리가 한국적 역동성(dynamism)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달렸다. 새만금 정도는 중국 부자들에게 내준다는 각오로 한국의 문을 더 열고, 다문화·선진사회로 가야 생존이 가능할 것이다.”

 정덕구(63·사진) 니어(NEAR)재단 이사장은 9일 중국이 급부상 중인 시대에 한반도가 취해야 할 생존전략을 이렇게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칭화(淸華)대학과 공동으로 ‘한·중 안보전략대화’(8일)를 마친 뒤 일부 한국 특파원을 만났다. 정 이사장은 “산업기술 분야에서 일본이 앞서고 한국·중국이 뒤따라가던 ‘기러기떼 모형(flying geese model)’의 대오가 요즘 흐트러지고 있다”며 “중국의 기술 수준이 발전하고 한국이 일본을 빠르게 추격하면서 생긴 변화”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문답.

 -새만금에 중국인들이 마구 몰려오면 한국의 정체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나.

 “땅을 내주자는 게 아니다. 중국 부자들이 몰려와 살면서 돈을 쓰도록 문을 더 열고 다문화사회로 가자는 취지다. 똑같은 유니폼이 아니라 다양한 옷을 입어도 일체감은 가능하다. 폐쇄적으로 되면 일본처럼 된다.”

 -미국·중국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중국을 적대시하면 한반도는 소탐대실(小貪大失)하게 된다. 동아시아에서 ‘이익의 균형’과 ‘힘의 균형’을 놓고 한국은 연미화중(聯美和中·미국과는 연합하고 중국과는 화합함)해야 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가는 듯하다. (무관세 대상이 100%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의 FTA를 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무관세 대상이 약 90%인) 낮은 단계의 FTA라도 빨리 하는 게 낫다.”

 -서울에서 6월 2일 ‘한·중·일 금융 이니셔티브’를 출범하는 목적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보다 저우샤오촨(周小川·주소천) 중국인민은행장이 더 막강한 시대다. 중국의 한국 채권 보유가 급증해 한국의 금리에 중국이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매년 중국·일본에서 만나 3국 외환보유액의 스와프(swap) 가능성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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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前] 산업자원부 장관(제2대)

194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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