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하룻낮과 한나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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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되면서 5시간이면 서울에서 부산에 도달할 수 있게 됐고 전국이 일일생활권이 됐다. 이제는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남짓 걸리니 반일생활권이 됐다고 해야 할 정도다.”

 일상생활에서는 일일[반일]생활권처럼 시간의 단위를 하루, 하루의 반, 낮 동안, 낮의 반 등으로 쪼개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기간을 나타내는 우리말이 좀 두루뭉술한 편이다.

 ‘전기밥솥 권장 보온 기간이 고작 한나절?’ 어떤 글의 제목이다. 여기서 한나절은 어느 정도의 기간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우선 한나절은 ‘하룻낮 전체’를 가리킬 수 있다. 또한 ‘하룻낮의 반’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반일’ 역시 한나절과 똑같이 하룻낮 전체를 가리킬 수도 있고 그 절반을 가리킬 수도 있다. 그러나 반날, 반오(半午)는 ‘하룻낮의 절반’이란 뜻만 지닌다.

 우리말이 완곡하고 융통성이 있는 것은 좋은 면이지만 정확한 시간이 그리 필요하지 않았던 옛날과 바삐 움직이는 현대는 다르다. 따라서 명확한 정보가 필요한 글에서는 두 배의 오차가 날 수 있는 한나절, 반나절, 반일 등은 쓰지 않는 게 좋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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