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부활 … 일등공신은 한국GM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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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애커슨 GM 회장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5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6월 파산보호 신청까지 했던 미국 자동차업계의 상징이 재기에 완전히 성공한 것이다. 일본 도요타에 빼앗겼던 세계 1위 자동차 생산업체 자리도 되찾을 기세다.

 GM은 올 1분기에 매출액 362억 달러(약 39조원), 영업이익 35억 달러(약 3조7800억원), 당기순이익 32억 달러(약 3조4500억원)를 올렸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으로 유럽법인에서 4억 달러 손실이 나고, 인도 합작 법인 설립으로 1억 달러 손실이 있었음에도 높은 순이익을 기록했다.

 댄 애커슨(63)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GM이 5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신차에 대한 고객의 높은 수요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은 강력한 브랜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외신들도 앞다퉈 GM의 부활을 다루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동안 폰티액 등으로 나눠져 있던 GM의 보급형 브랜드를 ‘쉐보레’로 통합한 것이 큰 기여를 했다”고 분석했다. GM은 지난해 폰티액과 함께 틈새시장에서 고전하던 새턴, 대형 트럭·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판매하던 험머 브랜드를 동시에 접었다. GM은 올 1분기 약 222만 대를 판매했는데 이 중 절반(약 49%) 가까이를 쉐보레 브랜드로 팔았다. 특히 쉐보레는 미국 시장에서만 41만6000대가 판매돼 지난해 동기 대비 23% 늘어났다.

 GM의 재기에 한국GM도 한 몫을 했다. GM이 주력 브랜드로 내세운 쉐보레의 약 40%를 한국GM이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쉐보레로 팔린 110만 대 중 46만 대(반조립 생산분 포함)를 한국GM이 만들었다. 한국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GM대우는 3월 사명을 한국GM으로 바꾸고, 쉐보레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한국GM은 4월 내수 판매량이 3월보다 늘었다.

 올 1분기 성장세가 주춤했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도 GM은 68만 대를 팔며 1위 자리를 지켰다. GM은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 시장에서도 기존 오펠·복스홀 브랜드와 함께 쉐보레 브랜드로 시장 공략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런 호재에 힙입어 연간 판매대수에서 GM이 올해 세계 1위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GM은 1932~2007년 세계 자동차 회사 1위 자리를 지켜 왔으나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3년간 도요타에 자리를 내줬다. 올 1분기 GM은 222만 대,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은 197만 대를 판매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도요타는 약 190만 대(시장조사업체 IHS오토모티브 예상치)를 판 것으로 추정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대지진에 따른 도요타의 생산차질로 GM이 올해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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