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 1위 이승엽 ‘2군 갔다 오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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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의 이승엽(35·사진)이 결국 2군으로 떨어졌다. 퍼시픽리그 최하위(8승1무14패)에 머물고 있는 오릭스는 9일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1군 엔트리를 조정했다.

시즌 개막 후 21경기에서 타율 0.145(62타수 9안타)·1홈런·5타점에 그친 이승엽은 2군 강등을 피할 수 없었다. 이승엽은 요미우리 소속이던 지난 3년간 1군보다 2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올해 선수층이 얇은 오릭스로 이적해서는 주전 1루수를 보장받은 것으로 보였지만 한 달도 채 버티지 못했다.

 ◆되살아난 포크볼 공포증=이승엽은 지난달 하순부터 스윙이 무너진 채 삼진만 계속 당했다. 삼진 27개로 퍼시픽리그 공동 1위다. 직구는 흘려 보내고 변화구에 헛스윙하는 패턴이 계속됐다. 특히 아래로 떨어지는 포크볼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지난달 15일 경기에서 라쿠텐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는 이승엽에게 공 여섯 개 중 포크볼을 다섯 개나 던졌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 아웃. 이후 다른 투수들도 이승엽에게 집요할 만큼 포크볼을 많이 던졌다.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은 “가만히 있으면 볼넷을 얻을 수 있는데 자꾸 나쁜 공에 손을 대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승엽은 지난 5일부터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이후 두 차례 대타로 나왔으나 모두 스탠딩 삼진을 당했다. 8일 지바 롯데와 경기에는 아예 결장한 뒤 2군행을 통보받았다.

 ◆“밀어쳐야 부활 가능”=국내 야구 전문가들은 “이승엽이 밀어치지 않으면 일본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근 SK 감독은 “이승엽이 홈런 욕심 때문에 당겨치려고만 한다. 공을 끝까지 보고 밀어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범현 KIA 감독도 “잡아당기기만 해서는 떨어지는 변화구를 공략할 수 없다. 좌중간으로 타구를 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격 이론가로 꼽히는 김용달 ISPN 해설위원은 “이승엽이 정확한 타격을 위해 타석에서 보폭을 줄였다. 그러나 스윙 궤적은 예전 그대로다. 방망이 헤드가 몸쪽에서 붙어나와 길게 뻗는 인앤드아웃 스윙이 돼야 하는데 현재 이승엽의 배트는 멀리서 나와 크게 돌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은 “포크볼은 유인구다. 기다리면 모두 볼이다. 그런데 승엽이가 마음이 급한 때문인지 나쁜 공에 손을 대고 있다. 스윙을 고치지 않으면 1군에 복귀하더라도 어렵다”면서 “외국인 선수이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조언해 줄 사람이 없는 점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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