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날릴 테마파크 … “세금 낭비가 이곳 테마냐”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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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양평군이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하고 있는 백운테마파크. 지난해 6월 1단계 공사가 완료됐지만 ‘테마가 없는 테마파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덕수 군의원(왼쪽)과 양지열 변호사가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백운테마파크의 테마가 뭔가.”(김덕수 의원)

 “숨어 있는 야생화나 산나물을 복원하면 테마가 된다.”(황순창 산림경영사업소장)

 지난해 12월 14일 양평군 의회 본회의장. 백운테마파크가 논란의 핵심이다. 양평읍 백안리의 큰길에서 2.4㎞ 떨어진 산속에 위치한 공원이다. 지난달 말 현장을 찾은 양지열 변호사는 "눈먼 돈이 무엇인지가 이곳의 테마”라고 일침을 가한 뒤 “뭘 보려고 이 산속까지 찾아오겠나”라고 반문했다.

 양평군은 2003년 ‘수도권 제일의 테마공원 조성’을 목표로 19만5216㎡의 부지에 200억원을 들여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6월 85억원을 들여 공원 조성과 기본 시설물 설치를 끝냈다. 내년까지 115억원을 추가 투입해 진입로 매입 등을 마무리한 뒤 민자로 미술관 등을 지어 2013년 초 완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테마도 없이 테마파크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 수 있느냐”며 "민간 유치 후 테마를 정한다면 기존 조경물은 뜯어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박장수 전 의원은 “진입로 부지를 확보하지 않은 탓에 땅값이 크게 뛰었다”며 “추가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도 의회 홍정석 의원은 “테마도 정해지지 않은 곳에 누가 투자하겠느냐”고 비판했다.

123억여원을 들여 지난해 12월 개통한 양평군 오빈역. 양평역과의 거리는 2.5㎞에 불과하다. 이용하는 승객이 예상(1200명)치의 절반도 안 돼 매년 2억여원을 세금으로 적자 보전해야 할 형편이다.


 김선교(51·한나라당·재선) 현 양평군수의 연임 첫해인 지난해 12월 개통한 중앙선 오빈역도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양평군 공무원 출신인 김 군수는 옥천·용문·양서면 면장을 거쳐 2007년 4월 민선 4기로 양평군수에 당선됐다. 오빈역은 기존 양평역과는 2.5㎞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건립비는 123억7900만원이다. 철도시설공단은 “이용객이 적어 경제성이나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건립을 반대했다. 2007년 타당성 의뢰를 받은 대진대학 산학협력단도 “건설비의 거의 전부를 군이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정적인 진단이다. 국비나 도비 확보가 불가능해지자 군은 결국 비용 전액을 지방채와 통합관리기금에서 조달했다. 전액 빚이다.

 문제는 또 있다. 군이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철도공사와 맺은 협약서는 "손실 보전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 손실이 지속되면 10년 단위로 최대 30년까지 협약을 연장한다”고 규정했다. 하루 평균 역 이용객을 1200명으로 추정할 때 연간 1억3600만원의 적자를 매년 군 재정으로 보전해야 한다. 현재 이용객은 하루 500여 명 수준이다. 인근 비발디파크와 오빈역 사이를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면서 그나마 이용객 수가 늘어난 것이다. 박 전 의원은 “셔틀버스 운영은 억지로 승객을 늘리려는 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오빈역 승객이 많아지면 양평역 승객이 줄어들어 결국 총수는 똑같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하루 500명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간 적자 보전액은 2억4000여만원이다. 군 관계자는 "개발 예정지인 데다 몇 년 후에 역을 지으면 물가·지가가 상승할 것을 고려해 서둘러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역 주변지역 개발계획은 청사진만 있을 뿐 5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양 변호사는 "구체적 개발 시기와 계획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워 서둘러 역사를 건립했다”고 비판했다.

◆탐사기획부문=고성표·권근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이석연(左), 양지열(右)

양지열 변호사 ‘CSI’ 합류

중앙일보 ‘세감시(稅監市) 시민 CSI(과학수사대·단장 이석연)’ 요원으로 뛰고 싶다는 독자 여러분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양지열 변호사(법무법인 한강)를 새로 위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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