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세상 더 안전해졌다 ” 클린턴 “알카에다 소탕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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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여야 의원들과의 백악관 만찬에서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 성공을 언급하며 “세상은 더욱 안전해졌다. 우리가 성취한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큰 박수로 오바마의 노력을 치하했다. 오바마를 극렬하게 비판했던 부시 전 정권 인사들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은 “이번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오바마 행정부는 정말 칭찬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은 “미국을 종이 호랑이라고 조롱했던 빈 라덴은 큰 착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와 이들 모두 빈 라덴 제거가 미국이 9·11 테러 이후 계속된 ‘테러와의 전쟁’의 종식이 아니라는 걸 인정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일 “테러 집단과의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언 패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테러리스트들은 거의 확실히 빈 라덴 죽음에 대한 복수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바마는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전 세계에 두 가지 메시지를 전했다. ‘테러와의 전쟁’의 1막이 빈 라덴 사살로 끝났다는 점, 그리고 이것이 테러와의 전쟁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국면의 제2막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오바마는 후자를 의식해 2일에도 진중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오바마는 “빈 라덴 사살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이며, 이제야 정의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지금껏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의 첫째 목표는 미국이 받은 역사상 최대 테러 피해에 대한 ‘응징’이었다. 미국은 9·11 테러의 배후로 빈 라덴을 지목하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에 인도를 요구했다. 탈레반이 거부하자 9·11 이후 한 달 만에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보냈다.

빈 라덴 제거는 미국이 응징의 단계를 넘어서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오바마가 9·11 테러 현장인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하는 5일이 상징적인 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 국면에 접어든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이슬람 국가들과의 우호적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춰 추가 테러 예방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는 회견에서 “빈 라덴 제거가 이슬람 국가들과의 전쟁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파키스탄과의 대(對)테러 공조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응징을 위해 일정 부분 불가피했던 이슬람 국가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최소화하고 알카에다 잔존 세력에 대한 분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특히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민주화 시위에 따른 불안정한 상황이 테러 방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따른 대비책 마련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지역 대테러 전문가인 메릴랜드 대학의 애런 맨스는 2일 “세계 최고 테러리스트는 사라졌지만, 이집트·예멘·파키스탄 등 불안정 국가들이 늘어나는 지정학적 상황은 장기적으로 테러에 더욱 취약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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