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현욱의 과학 산책

반물질과 암흑물질의 관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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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미국의 우주왕복선 인데버호가 이르면 이번 주말 발사될 예정이다. 임무는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에 관측장치 한 대를 배달하는 것이다. 7t 무게의 ‘알파자기분광계’는 우주물리학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값비싼(약 20억 달러) 실험 장치다. 앞으로 20년간 가동하면서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고(高)에너지 입자의 흐름, 즉 우주선(宇宙線)을 관측할 예정이다. 이 장치는 예컨대 반물질 입자가 통상 입자 100억 개당 한 개꼴로 존재하는 경우에도 이를 검출할 수 있는 극도의 정밀성을 갖추고 있다. 현대 우주론의 미스터리로 꼽히는 반물질이나 암흑물질을 발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물질이란 양성자·중성자·전자 등 통상 입자의 거울상에 해당하는 반양성자·반중성자·양전자 등의 반입자로 구성된 물질을 말한다.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면 소멸하면서 감마선이나 중성미자 등을 방출한다. 실험실에서는 반수소·반헬륨이 만들어진 바 있으며 자연의 번개 속에서 전자와 양전자로 구성된 입자빔이 생성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우주에서 반물질이 확인된 일은 전혀 없다. 문제는 137억 년 전 우주가 탄생한 직후 물질과 반물질이 거의 동일한 양으로 생성됐을 것이라는 점이다. 반물질의 상당량은 물질과의 접촉을 피해 살아남았을 것이고 이것이 따로 뭉쳐져 별이나 은하가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만일 반헬륨이나 반탄소가 약간이라도 검출된다면 이는 우주에 막대한 양의 반물질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암흑물질이란 우주의 질량 대부분(통상 물질의 약 6배)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빛을 내지 않아 관측되지 않는 물질을 말한다. 암흑물질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은하를 이루고 있는 별들의 회전속도에서 계산되는 질량은 은하 내의 별이나 성간물질의 양을 합친 것보다 훨씬 더 크다. 또한 은하나 은하단의 중력은 그 주변을 지나가는 빛을 휘게 만드는데(중력 렌즈 효과) 이를 통해 계산된 질량 역시 관측된 질량을 크게 상회한다. 암흑물질 입자는 수소원자의 약 100배에 해당하는 질량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기 자신이나 통상 물질과 전자기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는 기묘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알파자기분광계의 실험용 버전은 1998년 우주왕복선에 탑재돼 10일간 우주를 관측하면서 암흑물질 후보 입자를 한 차례 검출했었다. 이보다 훨씬 더 정밀한 이번 분광계에 기대를 거는 이유 중 하나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poemloveyou@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