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를 씻자 ③ 황사·꽃가루 괴로운 봄철 식염수로 코 씻어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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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는 봄이 싫다. 불청객 2인방인 꽃가루와 황사가 코를 자극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꽃가루는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의 주요 원인이다. 꽃이 만개하는 봄에 심하다.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는 코 안쪽의 말랑말랑하고 촉촉한 조직인 ‘점막’이 과민하다.

 꽃가루가 코로 유입되면 염증반응으로 재채기·콧물·코막힘이 나타난다. 망가진 수도꼭지처럼 맑은 콧물이 계속 흐른다.

 황사도 코를 괴롭히는 주범이다. 황사의 미세먼지에는 구리·납·실리콘·알루미늄·카드뮴 등 중금속이 포함돼 있다. 호흡의 첫 관문인 코는 황사의 직격탄을 맞는다.

 코는 에어컨·라디에이터·공기정화기가 하나로 집약된 정밀한 신체부위다. 공기의 온·습도를 조절하고 바이러스와 먼지를 걸러낸다. 코가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하려면 콧속 점막이 항상 촉촉하게 젖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황사 때문에 공기 중 미세먼지 양이 급격히 증가하면 점막이 메말라 코를 무장해제시킨다. 결국 바이러스의 침투가 쉬워지고 감기 등 호흡기 질환에 노출된다.

 최근에는 황사가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고 기존 감기도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수 교수가 황사와 가장 흔한 감기 바이러스인 리노바이러스의 상관관계를 밝혔다.

 장 교수는 사람의 코 점막에서 떼어낸 세포를 배양했다. 이 세포를 황사에 노출시키지 않은 세포, 황사에 노출시킨 세포, 리노바이러스에 노출시킨 세포, 리노바이러스 감염 후 황사에 노출시킨 세포 등 4개 실험군으로 나눠 감기에 걸리면 발생하는 염증 매개 물질의 복제율과 분비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리노바이러스 감염 후 황사에 노출시킨 경우 복제율과 분비량이 각각 최대 3~27배 높았다.

 황사와 꽃가루에서 코를 지키려면 몇 가지를 기억하자. 알레르기 비염이 있으면 가급적 외출이나 실외 운동을 삼간다. 외출 시에는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외출 뒤에는 손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한다.

 코에 침투한 황사와 꽃가루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코 씻기다. 코는 생리식염수로 씻는 게 좋다. 최근에는 바이러스 사멸 효과가 있는 생리식염수도 나왔다. 소금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차아염소산’ 성분을 함유한 ‘차아염소산액’이다.

 차아염소산 용액은 ‘셀리시드’라는 코 세척기를 이용해 만들 수 있다. 소금물을 30초간 전기분해하면 얻어진다.

황운하 기자
도움말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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