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2조 클럽’ 보인다 … KB, 1분기 7575억 순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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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시작이 좋다. 금융지주사들이 양호한 1분기 성적표를 속속 내놓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 한 해 순이익 기준 ‘2조 클럽’에 무난히 진입할 거란 전망이다.

 4대 금융지주사 중 깜짝 실적의 주인공은 KB금융지주였다. KB금융지주는 지난달 28일 올 1분기에 7575억원의 순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 3409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된 것이다. 분기 실적으로는 지주사 설립 전인 2007년 1분기(1조1825억원) 이후 최고치다.

 우리금융은 5000억원이 넘는 1분기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1분기보다는 감소했지만, 당시엔 하이닉스 지분 매각 등 일회성 이익이 반영됐던 점을 감안하면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이란 평가다. 하나금융지주는 3895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80% 증가한 순이익을 기록했다.

 오는 4일엔 신한금융지주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6000억원대 중반에서 70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내다본다. 일부에선 KB금융지주를 웃도는 순익을 거둘 거란 전망도 내놓는다.

 은행권 실적이 좋아진 건 경기 회복과 금리 인상 등으로 영업 여건이 좋아지고 있어서다. 대우증권 구용욱 연구원은 “자산이 늘어나고 마진은 개선되면서 충당금은 줄어드는 실적 호조의 ‘삼박자’가 갖춰졌다”며 “은행권 실적은 당분간 좋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국제회계기준(IFRS)이 1분기부터 도입된 효과도 더해졌다. 지난해까지 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의 권고 기준에 따라 충당금을 쌓았지만 올해부터는 과거 평균 손실률을 기준으로 충당금을 적립한다. 금감원 기준보다 과거 평균 손실률이 낮기 때문에 충당금이 줄어든 것이다.

 시장에선 2분기 은행권 순이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이고은 연구원은 “2분기에도 여건이 괜찮은데다 현대건설 매각이익까지 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는 금융지주사에 대한 올해 실적 추정치를 속속 올릴 예정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낸 KB·우리·신한금융지주의 올 한 해 순이익 추정치 평균은 이미 2조원대다. 신한지주가 2조9161억원으로 가장 높고, KB금융도 전년보다 24배 늘어난 2조5072억원으로 추정된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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