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노총 추락 상징하는 제3노총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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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노동계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질 조짐이다. 서울지하철노조가 엊그제 조합원 투표에서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함에 따라 제3노총(가칭 국민노총) 추진이 탄력을 받게 됐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노조인 서울지하철노조는 1995년 민주노총 출범을 주도한 대표적 강성 노조다. 주기적으로 정치성 파업을 벌여 ‘파업철’이란 오명이 따라다녔을 정도다. 그랬던 노조가 더 이상 민주노총과 함께 갈 수 없다며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정치·이념투쟁과 귀족 노동운동에 매몰된 민주노총식 노동운동에 대한 염증이 낳은 결과라고 본다.

 서울지하철노조를 비롯해 현대중공업·KT 등이 중심이 돼 다음 달 출범할 예정인 제3노총은 한마디로 민주노총의 위축을 상징한다. 민주노총에서 탈퇴하거나 민주노총 투쟁방식을 거부하는 노조들이 뭉쳐 대안 세력을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다. 제3노총은 탈이념·탈투쟁의 생활형 노동운동을 표방한다. 정치지향적이고 맹목적 종북(從北)주의 행태를 보이는 민주노총식의 노동운동을 버리고, 회사와 상생을 통해 근로조건 개선 등 실리를 얻는 조합원 중심의 노동운동을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제3노총이 출범하면 소속 조합원은 15만~20만 명으로 예상된다. 당장은 민주노총(59만 명)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다. 그러나 합리적인 노동운동 세력으로 자리 잡을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우선 7월부터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면 민주노총 소속 거대 노조 중에서도 적잖은 노조 분화가 생겨 제3노총으로 넘어올 공산이 크다. 양대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독립노조 조합원 31만여 명이 움직일 경우에도 제3노총 조직 확대가 가능하다. 이래저래 민주노총이 지금까지의 노동운동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할 경우 추락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노동운동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제3노총이 안착하려면 기존 노동운동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주노총도 존립을 위해선 새로운 운동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제3노총 출범이 대립과 투쟁 중심의 노동운동이 대화와 협력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