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어림없다” … 정부, 허리띠 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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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걸 재정부 차관

예산이 들어갈 법률에 대해 정부가 견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늘어날 선심성 입법을 막기 위해서다. 또 복지 예산은 저소득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 친화적’ 사업을 중심으로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획재정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내년 예산안 편성지침과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의결했다. 예산안 편성지침의 방점은 ‘허리띠 죄기’에 찍혔다. 균형재정 회복을 위해 총지출 증가율을 최대한 눌러 총수입 증가율보다 2~3%포인트 낮게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 입법정책협의회’를 강화, 재정이 뒤따르는 법률은 제·개정을 할 때 각 부처가 재정당국과 충분히 협의하도록 할 방침이다.

 류성걸 재정부 차관은 “최근 (정부 내에서) 재정당국과 협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이 되는 사례가 있었고, 의원 입법을 통한 재정 압박도 상당히 강해지고 있다”면서 “입법정책협의회를 더욱 강화해 재정이 따르는 법률에 대해 정부의 공통된 의견을 의회에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보조사업 존치평가(보조금 일몰제)를 통해 사업성과가 낮은 국고보조사업은 없애거나 예산을 깎는 등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다.

 재정부의 이 같은 ‘곳간 단속’은 정치권의 포퓰리즘 분출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8대 국회에서 제출된 조세특례제한법은 272건으로 이미 17대 국회 발의건수(166건)를 넘어선 상황이다. 대부분이 세금을 깎아 주자는 내용이다. 여기에 올 들어 재정에 부담을 주는 돌출 변수도 잇따르고 있다. 3·22 부동산 대책에 따른 지방세 감면분 국고 보전, 구제역 매몰지 상수도 확충 등이 대표적이다.

 예산 배분에선 ‘선택과 집중’ 원칙이 강조된다. 아낄 것은 아끼되 정부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핵심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복지 ▶녹색성장과 미래 대비 ▶국민 안정과 국격 제고다. 일 친화적 복지 체계를 갖추기 위해 여성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늘리고 일할 능력이 있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의 자립을 위한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국민 안전’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내년 예산안의 주요 특징이다. 동일본 대지진과 금융권 전산사고 등이 계기가 됐다. 북한의 국지 도발에 대비한 투자가 확대되고, 지진과 홍수 등 대형 자연 재난에 대비한 예방 투자도 늘어난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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