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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피자 속의 화학첨가물, 14가지나 된다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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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피자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
파울 트룸머 지음
김세나 옮김, 더난출판
344쪽, 1만5000원

피자의 기원, 맛의 비결, 세계화 과정 등을 다룬 책이 아니다. ‘정복’이란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부정적 접근을 하긴 했지만 그 과녁은 피자가 아니다. 피자, 그 중에서도 냉동피자를 매개로 해서 식품산업과 식생활의 문제를 파헤친 책이다. 그러니까 피자는 책 내용의 ‘토핑’정도로 보면 되겠다.

 지은이는 오스트리아의 경제 전문기자. 냉동피자를 데워 저녁을 때우다가 그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해졌다. 이를 계기로 지은이는 피자 공장과 소스 공장을 탐방하고, 식품회사 CEO에서 이탈리아에서 토마토를 따는 아프리카 이민노동자까지 인터뷰를 하며 궁금증을 풀어갔다. (참, 기자의 호기심이란 어쩔 수 없다)

[중앙포토]

 피자는 18세기 이탈리아 나폴리의 빈민가에서 탄생했다. 소금을 뿌린 이 얇은 빵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토마토와의 ‘결혼’이 이뤄진 것은 1734년이다. 1889년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 바질을 토핑한 마르게리타 피자가 탄생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때 이탈리아에 주둔했던 미군들이 귀국하면서 피자의 세계화가 불붙었다. 1960년 미국 미시건 주 입실란티에서 모나한 형제가 따끈따끈한 피자를 가정집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는데 ‘도미노 피자’의 시작이었다. 집에서 데우기만 하면 즐길 수 있는 냉동피자 특허는 1950년대 편리함의 극한을 추구하던 미국에서 발행됐다.

 흥미로운 피자의 약사(略史)는 이 정도다. 지은이가 냉동피자 박스에 붙은 성분표시에서 14가지 첨가물이 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밀가루와 토핑 등 피자 재료를 소재로 끝없이 확대된다. 식품을 오래 보존하고 향과 맛이 천연제품인 양 보이도록 하기 위해 유럽에선 변성전분, 젖당, 말토덱스트린 등의 약 320가지 화학첨가물이 사용된다. 지은이가 맥도널드 치즈버거를 하나 사 와 몇 달 동안 보관했는데 썩지도, 곰팡이가 생기지도 않더라나. 오이가 약간 수축됐을 뿐이었다. 천연바닐린이 1㎏당 4000달러인 반면 종이와 펄프를 만들 때 나오는 목재부산물로 만드는 인공 바닐린(바닐라향의 원료)은 12달러에 불과하니 식품회사들이 천연재료를 쓸 리가 없다.

 지은이는 싸고 편리한 음식만 찾는 소비자의 기호가 국제적인 식품회사와 소농·이민노동자들과의 관계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도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한데 지은이의 문제의식에 비해 해법은 의외로 소박하다. ‘새로운 식습관을 위한 10가지 조언’에는 육류 섭취를 줄여라, 제철·현지 식품을 구입하라, 요리하는 법을 배워라 등이 담겼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음식 중 하나가 된 피자를 소재로 21세기 식품산업의 경제·사회적 의미를 톺아본 의미 있는 책이다. 식품, 혹은 식량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패스트푸드의 제국』(에릭 슐로서, 에코리브르)과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 갈라파고스)를 함께 읽을 것을 권한다.

김성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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