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장세 더 확대될 것 … 아시아 경제 2년간 장밋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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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물가 압력을 낮추기 위해 통화가 저평가된 곳은 통화가치를 절상하고, 금리에 여유가 있으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 한국은 금리도 환율도 대응 여력이 있는 만큼 둘을 적절히 조합해야 한다.”

 이창용(사진)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말하는 ‘물가 대응요령’이다. 그는 ADB가 최근 내놓은 경제 전망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이날 정부 과천청사를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선진국 경제의 회복세는 완만하지만 아시아는 향후 2년간 장밋빛”이라며 “중국 중심의 성장세가 더 넓은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고 성장동력도 수출에서 내수로 옮겨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물가 압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아시아 지역은 식품 가격이 오르면 사회 문제로 비화할 수 있어 각국에서 물가 관리가 큰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의 경우 필요하다면 일시적으로 자본 통제 수단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물가 잡기 정책의 효과를 갉아먹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리면 외국 자금이 밀물처럼 들어와 통화가치를 끌어올린다. 이를 낮추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시장에 돈이 다시 풀려 물가가 오른다. 금리 인상의 목표였던 물가 잡기가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그는 “다만 각 나라가 독자 행동을 하면 먼저 나선 나라가 손해 볼 수 있고, 보호무역 수단으로 쓰일 위험도 있으니 국제공조를 통해 함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DB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4.6%, 물가상승률은 3.5%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성장률 4.4%, 물가상승률 4.5%보다는 낙관적인 전망이다. 이와 관련, 그는 “IMF가 한국은행의 ‘인플레이션 타기팅’ 효과를 감안하지 않은 것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인플레이션 타기팅이란 미리 정해 둔 물가 안정 목표(3%±1%)에 따라 기준 금리를 조정하는 등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다. IMF가 한국의 정책 대응능력을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그는 “3.5%의 물가상승률은 유가가 지난해보다 30% 올라간다는 걸 전제로 했다”며 “유가가 더 올라간다면 전망치도 상향 조정해야겠지만 현재로선 바꿀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동일본 대지진과 이어진 원전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일부 투자은행 등에선 올 일본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하지만 그건 너무 과도하다는 생각”이라며 “한국이나 다른 나라의 성장률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 등을 역임한 그는 지난달부터 ADB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G20 정상회의 이후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견해를 묻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져 한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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