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메이드 창업자 애덤스 작품  “너무 멀리 나가 죄짓는 느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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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호 20면

금속이 나무를 대체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그러나 골프의 우드(wood:나무) 클럽의 헤드가 금속으로 바뀐 건 최근의 일이다. 첫 시도는 19세기에 나왔다. 1891년 스코틀랜드에서 우드의 헤드를 금속으로 쓰는 발명 특허가 출원됐다. 그러나 금속은 너무 무겁기도 했고, 우드를 금속으로 만든다는 발상의 전환을 보수적인 골퍼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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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금속 헤드를 단 우드가 쓰이긴 했다. 정식 제품은 아니고 연습장용이었다. 금속 클럽은 깨지지 않기 때문에 스윙이 엉망인 초보자들에게 대여하기 위해 연습장에서 장만했다.

1970년대 후반 개리 애덤스라는 청년은 연습장에서 쓰는 골프 용품을 공급하는 회사에 다녔다. 금속 드라이버도 팔았다. 당시 투 피스 볼이 새로 나와 선풍적인 인기를 끌 때였다. 애덤스는 나무 우드보다 금속 우드가 이 공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애덤스는 회사에 다니면서 실제 라운드에서 쓸 금속 헤드 드라이버를 만들었다. 그는 “커다란 일을 할 것”이라고 떠들었고 그 진취적인 기상을 높이 평가받아 큰 회사로 옮겼다.

어느 날 애덤스는 금속 우드를 들고 자신을 스카우트한 직장 상사를 찾아갔다. 상사는 ‘금속 우드는 연습장에서밖에 팔 수 없는데 무슨 돈을 벌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애덤스는 드라이버를 쳐 보게 했다. 성능은 좋았다. 그러나 귀가 멍멍할 정도로 소리가 컸다. 상사는 “이걸 믿고 회사를 그만두지 말라”고 충고했다. 애덤스는 회사에 다니면서 밤에 금속 드라이버를 보완했다.

그는 79년 회사를 떠나 테일러메이드라는 회사를 차렸다. 회사 이름은 금속 헤드를 디자인해 준 사람인 테일러(Taylor)의 이름을 붙였다. 실제로는 제품을 대량 생산했지만 맞춤이라는 뜻의 tailor made와 발음이 같게 했다.

드라이버의 이름은 피츠버그 퍼시먼(Pittsburgh Persimmon·사진)이라고 붙였다. 피츠버그는 미국의 철강 도시고 퍼시먼은 우드 헤드로 쓰던 감나무를 뜻한다. 클럽은 성능이 뛰어났고 20야드 정도 거리가 더 나갔다. 또 금속 헤드는 내부가 텅 비었기 때문에 무게가 외곽으로 분산됐다. 스위트스폿에 맞추지 못해도 큰 미스샷은 나오지 않았다. 핑이 만든 퍼터·아이언의 원리와 같다.

80년 테일러메이드 직원들은 피츠버그 퍼시먼을 들고 PGA 용품 쇼에 갔다가 “연습장용 클럽을 가지고 나와서 뭐 하는 거냐”는 조롱을 받았다. 그러나 결국 성능을 인정받았다. 이 드라이버를 처음 쓴 투어 프로 론 스트랙은 “볼이 260야드 지점에 있는 펜스를 넘어가 버렸다. 너무 성능이 좋아 이 클럽을 쓰는 것이 죄를 짓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82년 이 드라이버를 쓴 선수가 PGA 투어에서 우승하면서 일반인들도 클럽을 사기 시작했다. 다른 회사들도 경쟁적으로 금속 헤드 클럽을 만들기 시작했다.

초창기 금속 헤드 드라이버를 쓰는 사람들은 이전과 다른 소리 때문에 연습장 구석에서 눈치를 보며 스윙을 해야 했다. 보수주의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이제 드라이버의 타구음은 주요한 마케팅 수단의 하나가 됐다. 골퍼들은 둔탁한 소리가 나는 클럽을 사지 않는다. 애덤스는 골프의 모습은 물론 소리까지 바꿨다. 금속 우드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은 애덤스는 2000년 56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테일러메이드는 아직도 드라이버의 강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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