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생태계 복원, 보전보다 100배 더 힘들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한번 파괴된 생태계를 뒤늦게 복원하는 것은 미리부터 보전하는 것보다 100배, 200배 힘들 뿐만 아니라 완벽하게 복원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이사회 부총재인 러셀 미터마이어(62·사진) 박사는 “생태계 복원이라는 것은 기존에 어떤 생태계가 존재했는지도 모르면서 단순히 우리 머리에 존재하는 상상 속의 자연을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생태계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터마이어 부총재는 11~12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WCC) 준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0일 제주도를 찾았다. 12일 회의가 끝나자 마자 곧바로 출국해야 하는 그의 바쁜 일정 탓에 본지와는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1977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생물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국제보존협회(CI) 회장이면서 IUCN 영장류팀 회장직도 맡고 있다. 미터마이어 부총재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여우원숭이를 직접 연구한 영장류 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일반 대중에게 그냥 열대우림을 보호하자고 하는 것보다 (침팬지·고릴라 등) 영장류를 보호하자고 하는 것이 훨씬 쉽게 다가갈 수 있다”며 “한국에 자생 영장류가 없더라도 지구 생태계 전체를 위해 한국 학자들이 영장류 연구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터마이어 부총재는 “마다가스카르의 원시림 중 90% 이상이 사라졌고,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생물종 일부도 잃어버렸다”며 “생태계를 보존하면 엄청난 혜택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생태계를 보존하지 못하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고 지속가능한 발전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는 지구상에 남아있는 가장 독특하고 보존 가치가 높은 공간”이라며 “DMZ 생태계 보전에 IUCN도 적극 협조하고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미터마이어 박사는 반달가슴곰·따오기 등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생태계 복원 노력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생태계 복원에는 ‘양날의 칼’과 같은 면을 지니고 있는데, 생물종이 살아갈 수 있는 서식 환경을 보존하는 일과 주변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일이 선행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WCC는 IUCN이 자연보전과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등을 논의하기 위해 4년마다 개최하는 행사로 세계 180여개 국에서 1만여 명이 참석하는 ‘환경 올림픽’이다. 미터마이어 부총재는 “내년 WCC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태평양 도서국가나 호주 등에서 원전 반대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