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아닌 박물관 수출하는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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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테디베어박물관이 중국에 진출한다. 최근 경북 경주에 여섯 번째 테디베어박물관을 개관한 JS&F의 김정수(61·사진) 회장은 11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 테디베어박물관을 짓기로 하고 지난달 중국철도공사 산하의 성도시영정치업유한공사(성도공사)와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박물관 내부 디자인과 콘텐트를 제공하는 대가로 50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매년 로열티도 70만 달러가량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도공사에서 처음 연락이 온 건 2년 전. 성도공사는 독일 슈타이프와도 접촉했다. 슈타이프는 세계 최초로 테디베어를 대량생산한 완구회사. JS&F도 1984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슈타이프에 테디베어를 만들어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성도공사는 JS&F를 택했다.

 “우리는 곰 인형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콘텐트를 만드는 회사죠.”

 김 회장은 중국사업을 따낸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 각국에 테디베어를 만들어 전시하는 박물관을 가진 회사는 많다. 하지만 스토리텔링 형식의 박물관을 만든 건 JS&F가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단순히 오래되고 희귀한 테디베어를 전시하는 게 아니라 테디베어를 소품으로 해서 역사와 이야기를 전하는 박물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1년 국내 처음으로 개관한 제주 테디베어박물관은 1900~2000년 사이 역사를 10년 단위로 나눠 그 시대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을 테디베어를 통해 소개했다. 세계 최초의 대중 자동차 인 포드사의 T형 차 생산 장면과 인류 최초의 달착륙 장면 등을 인간이 아닌 테디베어가 재연했다.

 “우리 박물관이 제주 관광문화를 바꿨다고 자부합니다. 2001년 전에만 해도 제주에 실내 관광지는 전무하다시피 했어요. 지금은 성(性)박물관까지 없는 게 없죠.”

 박물관을 처음 지을 당시만 해도 김 회장을 응원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10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가 망하면 어떻게 하느냐. 안전하게 곰 인형이나 만들어 수출하라”고 만류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자신 있었다. 디즈니랜드가 근거였다. 디즈니랜드 성공의 근간이 된 이야기의 힘을 믿었다. “아직도 스필버그의 상상력으로 디즈니같이 사업하는 사람이 되는 꿈을 꾼다”는 그는 앞으로 중국에만 4개의 박물관을 추가 설립할 계획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에 대해 그는 “세계의 아이들에게 역사를 보여주고 싶다. 21세기 지식경제사회에선 역사를 모르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삼화왕관(주) 사외이사

1951년


글=정선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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