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500’ 프로젝트 … 중국판 MIT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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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있는 칭화대학교 정문과 로고(왼쪽 아래). 칭화대는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아 지난 8일 세계 최고 대학 진입을 목표로 한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중앙포토]


중국 이공계 명문인 칭화(淸華)대가 개교 10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2050년에 세계 최고의 대학이 되겠다는 희망을 담은 야심 찬 중장기 비전을 내놓았다. 1898년 개교한 베이징대가 중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대학이지만, 최근엔 베이징대와 칭화대가 쌍두마차처럼 중국을 이끌고 있다. 미국 대학 문화의 영향을 받아 칭화대는 개교 기념일을 특정일 대신 ‘4월 마지막 주 일요일’로 정했다. 올해는 24일이다.

후진타오(左), 시진핑(右)

 천쉬(陳旭) 칭화대 공산당 위원회 상무 부서기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에 세계 일류대학이 되고, 2050년에는 세계 일류대학의 선두에 서는 것이 개교 100주년을 맞은 칭화대의 새로운 비전”이라고 발표했다. 세계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미국의 하버드·예일·매사추세츠공대(MIT)를 뛰어넘는 최고의 대학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칭화대는 각종 해외 유수기관의 대학평가 순위에서 약 50위 수준에 머물렀다.

 세계 최고 대학의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칭화대는 인재 유치를 핵심으로 하는 ‘221 계획(200명 초청, 200명 선발, 100명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걸출한 능력을 보유한 교수와 부교수 200명을 해외에서 초빙하기로 했다. 기초연구에 집중할 젊은 대학생 200명을 교내에서 선발해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우수한 학술팀에 속한 청년 학자 100명을 ‘링쥔(領軍·챔피언) 인재’로 뽑아 집중 지원하는 내용도 있다. 221 계획의 핵심 목표는 교수진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대학의 과학연구 수준을 일류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다.

 칭화대는 이와 별도로 ‘칭화학당 인재 육성 계획’을 이달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우수한 대학생들이 석·박사 과정에 들어가기 전 학부 단계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은 각 분야 권위자로부터 밀착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선발된 칭화대 학부생들은 주방펀(朱邦芬·물리학)·추청퉁(丘成桐·수학)·야오치즈(姚期智·컴퓨터공학)·정취안수이(鄭泉水·고체역학)·스이궁(施一公·구조생물학) 등 이미 세계적 수준의 학자로 명성을 떨쳐온 교수들로부터 직접 배울 기회를 조기에 얻게 된다.

 개교 이래 17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칭화대는 24일 개교 100주년을 맞아 5만 명의 졸업생을 초청해 ‘홈커밍데이’ 행사를 열 예정이다. 칭화대 졸업생들은 중국의 정계·학계·재계 등 각 분야에서 나라를 이끌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국가주석, 우방궈(吳邦國·오방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에 해당), 시진핑(習近平·습근평) 국가부주석, 주룽지(朱鎔基·주용기) 전 총리가 대표적 인물이다.

  칭화대의 개교 유래는 굴욕의 근대사와 관련 있다. 열강의 침략에 저항한 중국인들이 1900년 외국인을 살해한 일명 의화단 사건이 발생하자 청 정부는 미국에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이 가운데 일부가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칭화학당(學堂)’의 개교 종잣돈으로 쓰였는데, 이 학교가 지금의 칭화대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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