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동산 정책, 시장 혼란 없게 미리 조율 못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22일 발표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둘러싼 논란과 혼선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거래를 살리긴커녕 죽이는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취득세 인하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주택거래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주택 매입자들이 취득세 인하가 시행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뒤늦게 이미 거래된 주택에까지 소급 적용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야당과 지자체의 거센 반발로 법 통과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지자체는 지방재정 말살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고, 야당은 부자 감세와 입법권 침해라고 비난한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정부·여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 취득세 인하 방침을 발표하면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때까지 경과기간이 있게 마련이다. 소급 적용을 하지 않으면 주택거래가 위축될 것이라는 건 뻔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대책 발표 당시 이 문제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거래가 급감하자 닷새 후인 27일 부랴부랴 소급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무(無)신경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야당의 ‘입법권 침해’라는 비난을 우려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야당 설득도 정부·여당의 몫이다. 법 개정안을 발의하면 국민에게 알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급 적용은 불가피하다는 걸 납득시켜야 했다.

 지자체가 거세게 반발할 것이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됐던 문제다. 지방세인 취득세가 절반 줄어드는데 지자체가 환영할 리 없다. 그렇다면 발표하기 이전에 지자체와 충분히 의견을 조율해야 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지자체가 거세게 반발하자 부랴부랴 뒤늦게 지방재정 보전 방안을 강구하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일의 순서가 거꾸로 되는 바람에 겪지 않아도 될 분란만 일으켰다.

 민주당과 지자체도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탈피해야 한다.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취득세 같은 거래세 인하는 불가피하다. 또 부동산 정책은 거래세는 줄이고 보유세는 늘리는 방향이어야 한다. 9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이라고 해서 예외일 순 없다. 그런데도 부자 감세, 입법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행태는 볼썽사납다. 지자체 역시 비판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을 적극적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