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풍 불기 전 원전사태 마무리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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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바람까지 한국으로 불어도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모의 실험 결과가 나왔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최근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놓고 컴퓨터 모의 실험을 한 뒤 이같이 밝혔다. 한반도 상공에서는 편서풍이 주로 불기 때문에 이 같은 모의 실험 조건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KINS는 우선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의 원자로 노심이 완전히 녹고 격납용기 밖으로 방사성 물질이 대거 누출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때 하루에 격납용기 내 방사성 물질 기체가 15%가량 대기로 빠져나오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정도면 방사성 물질의 최후 방어벽인 격납용기가 깨져 더 이상 제 기능을 못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바람까지 일본에서 한국 쪽으로 분다고 가정했다.

 KINS 측은 이 경우라도 울릉도 주민이 받는 연간 방사선 피폭량이 0.3mSv(밀리 시버트)에 그치는 것으로 계산했다. 이는 일반인의 연간 방사선 피폭 허용치 1mSv의 30% 수준이다. 최악의 상황도 따져봤다. 후쿠시마 제1원전 내 3기의 원자로가 모두 깨지고, 바람도 일본에서 우리나라 쪽으로 부는 경우다. KINS 측은 이때도 울릉도 주민의 연간 방사선 피폭량이 0.9mSv에 그쳐 연간 허용치 이내라고 밝혔다.

 KINS 측에 따르면, 모의 실험 결과 우리나라에 피해가 적게 나온 것은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이 동해를 건너오면서 대부분 바다에 떨어지고 공기 중으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이재기 교수는 “체르노빌 사태 때 스웨덴 국민의 방사선 피폭치를 보더라도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따른 한국 국민의 방사선 피폭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웨덴을 예로 든 것은 체르노빌-스웨덴 간의 거리가 한국-후쿠시마 거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체르노빌 사태 초기에 스웨덴 국민은 0.02mSv 정도 피폭됐고, 땅에 떨어진 방사성 물질에 의해 첫해 평균 0.1mSv 피폭됐다”고 덧붙였다. 0.1mSv는 한국에서 출발해 미국이나 유럽까지 비행기로 왕복할 때 받는 피폭량이다. 또 자연 방사선이 부산보다 더 강한 서울에 부산 사람이 와서 두 달간 머물 때 추가로 받는 방사선 양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은 연간 약 3mSv 이상의 자연 방사선에 피폭되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경계태세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황일순 교수는 “바람이 한국 쪽으로(동남풍) 불기 전까지 일본 원전 사태가 마무리돼야 방사선 피해를 덜 볼 것”이라며 “원전 사태 조기 수습을 위해 우리나라도 일본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밀리시버트(mSv)=방사선량 측정 단위. 1년 동안 자연적으로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1mSv다. 일본의 경우 시간당 피폭량이 0.5mSv를 넘으면 총리가 ‘원자력 긴급사태’를 선언한 뒤 대피명령을 내리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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