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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주례사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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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지난 주말 비가 뿌리더니 회색빛 도시에도 흙이 있는 곳이면 녹색이 언뜻언뜻 보이기 시작했다. 담장 아래 양지쪽에는 지칭개가 제법 자랐고 땅에 납작하게 몸을 붙인 질경이 새싹도 여기저기 귀엽게 돋아났다.

 남도에서는 산수유며 매화가 꽃봉오리를 터트리고 낙엽 사이로 복수초와 노루귀가 얼굴을 내밀었다. 봄의 도래를 전하는 이들 반가운 손님을 흔히 봄의 ‘전령사’라고 한다.

 한데 사실은 ‘전령’ 하나만으로도 그 뜻이 충분히 전달된다. 국어사전을 보면 ‘전령’은 ‘명령을 전하여 보냄’이란 뜻 외에 ‘명령을 전하는 사람’이란 뜻도 지니고 있다. 표준국어사전에는 ‘전령사’가 올라 있지 않다.

 전령들이 방방곡곡에 봄소식을 전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결혼하는 신랑 신부들로 예식장이 붐빌 것이다. 결혼을 주재하는 분을 일컬어 흔히 ‘주례사’라고 하는데 이 경우도 ‘전령사’와 마찬가지로 사족이 붙었다. ‘주례’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결혼식 등의 예식을 맡아 주장하여 진행하는 일’도 주례고 ‘그 일을 하는 사람’도 주례다. 어떤 이는 주례사로도 모자라서 ‘주례사 선생님’이라고 하는데 ‘주례사’는 결혼식에서 주례가 하는 의례적인 축사를 뜻한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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