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새벽 - 리비아 공습] 오바마 머뭇거릴 때 세 여자가 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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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카다피군 차량 20일 리비아 벵가지 인근에서 한 시민군이 폭격으로 파괴된 카다피군 군용차량 위에 올라 옛 리비아 국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벵가지 AFP= 연합뉴스]


지중해의 미군 함정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되기까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고민은 컸다.

 무고한 리비아 시민 보호 등 군사 개입 명분은 충분했다. 미 의회의 주요 인사도 뒷받침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 이어 이슬람 국가와 제3의 전쟁을 치르겠다는 것이냐”는 부정적 시각 때문이었다. 더구나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 국방장관 등 군사작전을 수행해야 할 군부에서 신중론을 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에게 결단의 힘을 불어넣어준 이는 국방장관도,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도 아닌 여성 3인방이었다.

 서맨서 파워(Samantha Power)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15일 심야의 백악관 NSC 회의에서 “카다피의 자국민 학살은 반인륜적 범죄”라며 “미국의 군사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고 CNN이 전했다. 게이츠와 톰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회의적 의견이었지만 오바마는 “리비아 시민들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한다. 이를 위해 유엔에서 결의안 채택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그 다음은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국무장관. 클린턴은 아랍연맹(AL)의 지지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1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암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과의 협상 끝에 미국에 대한 지지를 끌어냈다. 압둘라 빈 자예드 아랍에미리트(UAE) 외무장관에겐 군사 개입을 설득했다. 한 주 전 UAE의 바레인 파병을 비판한 힐러리지만 이번엔 아쉬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수전 라이스(Susan Rice) 유엔 주재 대사는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에 대한 지지를 모았고, 결국 중국과 러시아가 표결에 반대하는 대신 기권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오바마의 리비아 개입은 명분과 현실을 절충한 제한적 수단이었다. 브라질을 방문 중이던 그는 19일 특별성명에서 “미군의 제한적인 군사 행동을 승인했으며, 미 지상군의 투입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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