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성 난청 딛고 포스텍 관문 뚫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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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초엽 양은 “POSTECH에서 좋은 동기와 선배, 교수님들을 많이 만나 만족한다”고 말했다. [POSTECH 제공]

스피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신경성 난청 여학생이 영어 듣기평가 등의 관문을 뚫고 올해 POSTECH(옛 포항공대)에 입학했다.

 주인공은 올해 울산 학성여고를 졸업하고 POSTECH 자율전공의 새내기가 된 김초엽(18)양.

 “POSTECH에 입학하려면 모두 영어 평가를 받잖아요? 그 가운데 듣기평가가 있는데 스피커를 통해 듣는 거라 전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어요. 다들 써내려 가는데 저만 그냥 있을 수 없어서 영어로 편지를 썼어요. ‘난 이런 의학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듣기평가에 임할 수 없다’라고.”

 대부분 학생은 이런 상황이라면 백지를 내거나 대충 답안을 써냈을 것이다. 하지만 김양은 교수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편지를 썼다. 그 뒤 치러진 인터뷰 시험에서 원어민 교수는 김양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특별하다”고 말했다.

 김양은 신경성 난청이란 장애가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대화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 다만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없을 뿐이다. 그는 가정 형편도 어려웠다. 아버지는 드럼·오카리나를 연주하는 음악인, 어머니는 시인, 동생은 셋이나 됐다. 학원은 아예 가지 못했다. 학교 경시대회 상품으로 받은 상품권으로 입시 문제집을 구입했을 정도다. 그런 여건에서 예·복습만 하고 고교에서 전교 10등 안팎의 성적을 유지했다.

 강점은 책 읽기다.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를 따라 틈만 나면 책을 잡았다. 그런 게 바탕이 돼 고교 때 과학 에세이를 인터넷에 올릴 정도로 글쓰기를 좋아했다. 중3 때 처음 접한 화학에 재미를 붙여 이과를 선택했고 경시대회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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