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본 원전사고 정보, 한국 국민도 알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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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위기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하지 못할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일본의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유입될 가능성은 제로”라고 단언해 왔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어제 영국 런던에 있는 항공 감시기구인 화산재예보센터(VAAC)가 16일 정오(현지시간) 전 세계 항공사에 일본을 비롯해 한국·중국·러시아·미국 등 5개국 상공에서 방사능 위험 가능성이 있다고 공식 경보를 발령했다고 한다.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에 일본 정부와 도쿄(東京)전력은 연이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러 상황을 결정적으로 악화시켰다. 사고 현장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일본 내부에서 반발을 살 정도다. 우리 정부도 일본의 실패를 교훈 삼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할 때가 아니다. 우선 “1.5㎞의 상공에는 편서풍(偏西風)만 불기 때문에 일본의 방사능 물질이 절대로 건너올 수 없다”는 우리 기상청의 주장과 VAAC의 한국 상공 방사능 오염 경고라는 정반대의 정보부터 확실히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지금 인터넷에는 온갖 근거 없는 정보가 나돌고 있다. 방사능 오염은 국민 생명에 직접 관계되는 사안인 만큼 정부가 제대로 가닥을 잡아줘야 혼선을 피할 수 있다. “한국 원전은 안전하다”는 원론적 이야기를 반복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일본에서 진행되는 원전 사고의 구체적 상황은 물론 우리 원전의 안전성과 관련된 정보도 신속하게 공개해야 한다.

 일본 현지에는 수많은 한국인이 머물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자국민 대피 지시를 내렸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우리 정부도 한시 바삐 관련 정보를 취합해 미리 피해를 차단해야 한다. 위기에 빠진 일본을 최대한 지원하면서 만의 하나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다. 그 첫 단추는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부터 시작돼야 한다. 불신은 불안을 낳고, 통제할 수 없는 과민(過敏)반응을 부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