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된건가!" 격노한 간 총리 고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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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떻게 된 건가!"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총리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비상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도쿄전력 간부에게 고함을 치며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간 총리는 이날 오전 5시 40분 도쿄전력 본점에서 열린 대책회의에 참가해 시작부터 강한 어조로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그는 "TV에서 폭발을 방영하는데 관저에는 1시간 동안 연락이 없었다"고 운을 뗐다.

간 총리는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건) 당신들뿐이다. 각오를 다져라. (원전에서 직원이) 퇴각해 버리면 도쿄전력은 100% 무너진다”고도 말했다.

그로부터 5시간 뒤인 오전 11시. 간 총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수상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곤 굳은 표정으로 "부디 차분히 들어주시기 바란다. 방사능 농도가 매우 짙어졌다. 재차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씩 끊어서 말하는 모습에 위기감이 느껴졌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그는 ”더 이상의 (방사능) 유출 확대를 막을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임하고 있다”며 차분한 대처를 강조했다.

한편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자위대와 도쿄전력 간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이번 사태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보도했다. 방사선 검출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도쿄전력은 '안전하다'고만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주민들이 자위대와 정부 관계기관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희망의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쓰나미가 집중적으로 휩쓸고 간 이와테현에서 이날 오전 10시40분 75세 여성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쓰나미가 몰려온 지 92시간만이다. 이 여성은 무너진 가옥에 깔려 있었다. 이 여성은 저체온증을 앓고 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여성이 구조된 지 4시간 뒤(쓰나미 발생 96시간 경과)에는 미야기현에서 남성이 붕괴된 건물 중간에 깔려있던 남성 한명이 극적으로 구조됐다고 NHK가 보도했다.

둘 다 '골든72시간'을 훌쩍 넘긴 반가운 사례다. '골든72시간'은 지진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로 매몰됐을 때 인간이 고립과 굶주림, 추위 등을 견디고 생존할 수 있는 한계시간을 가리키는 용어다. 생존자에게 황금처럼 소중한 시간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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