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입시가이드 3회 Liberal Arts College Consortium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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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의 명문 Liberal Arts College(이하 LAC) 포모나는 동부의 애머스트, 윌리엄스 등이 제공하는 전통적인 Liberal Arts 교육 프로그램을 서부에 소개하기 위해 설립됐다. LAC 교육의 우수성이 알려지며 포모나는 나날이 성장했고, USC의 사례와 같이 대형화를 추진할지, LAC의 특성을 유지할지 갈림길에 섰다. 이때 이사회는 대형화의 대안으로 추가적인 소규모 대학 설립을 추진했다. 그 결과 향후 100년간 10년마다 새로운 LAC를 설립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기관이 클레어몬트 유니버시티 컨소시엄(CUC)이다. 현재는 포모나, 클레어몬트, 하비머드, 피처, 스크립스 등 LAC와 두 개의 대학원이 CUC라는 이름 아래 운영되고 있다.

CUC는 LAC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해결한 대표적 사례다. 설립 초기부터 이후에 개교할 10개 대학의 부지를 확보하며 계획적으로 발전해왔다. 모든 커리큘럼의 밑바탕이 되는 포모나, 최고 수준의 이공계 프로그램을 자랑하는 하비머드, 경제·경영에 특화된 클레어몬트 등 모두 뚜렷한 특징이 있다. 사회적 책임을 최고 원칙으로 내세우는 피처 캠퍼스는 잔디가 아닌 선인장으로 꾸며져 있다. 본래 사막인 캘리포니아에 잔디를 깔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이 낭비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특색 있는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구성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대형 종합대학은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많은 시간을 신입생 선발에 투자한다. 일반적인 종합대학에서는 한 지원자의 원서를 검토하는 시간이 5~10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포모나에서는 최소 30~40분에 걸쳐 3명 이상의 입학사정관이 지원자를 파악한다. 자신의 출신 지역과 배경을 대표하는 학생으로 정원을 채우기 위해서다.

CUC 각 대학은 신입생 선발부터 예산의 운용까지 독립적인 시스템을 갖지만, CUC라는 이름으로 훨씬 큰 시너지를 창출한다. LAC의 장점을 잃지 않으면서 대형 종합대학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장점을 흡수하는 것이다. 건축과 공학 분야에서 미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쿠퍼유니온은 작은 규모 때문에 체육관, 도서관 등의 투자를 최소화하고 주위 대학이나 뉴욕시 시설을 활용한다. 반면 CUC는 중앙도서관, 학생회관, 헬스센터, 식당 등을 공유해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종합대학에 뒤지지 않는 시설을 제공한다. 시설뿐이 아니다. CUC에서 가장 오래된 학생 신문인 The Colleges, 지역 FM 라디오 방송국 KSPC 등을 통해 재학생들 사이의 자발적 교류도 활발하다.

대형 종합대학 못지않은 2000여 개 수업을 제공하는 점도 CUC 커리큘럼의 장점이다. CUC 각 대학에서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모여 구성된 커리큘럼이므로 미국 최고 수준이다. 연구보다 학부 강의에만 집중하는 하비머드는 비슷한 정원의 칼텍과 자주 비교되는데, 클레어몬트 대학원(CGU)과 커리큘럼을 공유해 대학원 수준의 강의와 연구 기회까지 제공한다. CUC의 다양한 수업을 바탕으로 한 LAC의 교육과 소규모 관리, 대학원 수준의 교육과 연구를 동시에 할 수 있다.

클레어몬트의 한 입학사정관은 LAC 교육을 자신이 졸업한 코넬과 비교했다. 그는 40년 전 1200명 학생과 함께 수강한 심리학강의에서 ‘129856’으로 불리던 일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학문적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LAC의 단점이 컨소시엄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된다면 1200명 정원의 강의를 수강하는 고생 없이도 대형 종합대학의 장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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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후 리얼sat 대표 일러스트="장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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