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자급률 26.7% … 국제 곡물 위기 미리 대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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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월 세계 식품가격지수가 236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북반구 폭설과 남반구의 홍수피해로 인한 애그플레이션 조짐이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다. 실제로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밀 가격은 75%, 옥수수는 77%나 올랐다. 주요 곡물메이저와 투기자본의 사재기도 기승을 부린다. FAO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올해보다 내년을 더 불안하게 보고 있다. 주요 곡물 재고량이 10여 년 만의 최저 수준인 데다 올해 작황(作況)도 예상보다 나쁘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식량 수급 구조는 이미 만성적 불균형에 빠졌다. 지난해 전 세계 곡물생산량은 전년 대비 800만t 늘었다. 이에 비해 곡물 수요는 1800만t이나 증가했다. 인구대국인 중국·인도가 육류 소비 단계에 접어들면서 곡물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난해 사료용 옥수수 수입은 18배나 늘었고, 밀 수입은 32% 증가했다. 식량안보를 내세우는 주요 수출국들의 움직임도 불길하다. 러시아·인도는 이미 밀을 비롯한 일부 곡물에 대한 수출금지 조치를 내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제 곡물 위기가 이미 시작됐을 수도 있다”며 2008년 식량폭동 사태의 재연을 우려했다. 위기가 닥치면 취약한 빈곤국가들부터 치명상(致命傷)을 입기 마련이다.

 우리도 안심할 입장이 아니다. 곡물자급률은 2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식인 쌀을 제외하면 보리쌀 자급률은 26.6%, 콩은 8.7%에 불과하다. 밀과 옥수수는 거의 전량 수입하고 있다. 이 정도 취약하다면 애그플레이션에 미리 손을 써야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주요 수입곡물의 공공비축물량부터 늘려야 할 것이다. 오일쇼크와 애그플레이션의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릴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도 강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곡물 조달을 위해서는 해외 식량생산기지 확보가 유일한 대안이다. 최근 2~3년간 주춤했던 해외 농장 개척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