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 무릎’ 은 대한민국의 것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43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기도를 주재한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무릎을 꿇고 통성(痛聲)기도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을 비롯해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거의 모든 참석자가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이 장면은 대통령의 종교적 절도(節度)와 관련해 많은 국민에게 당혹감과 우려를 던져주었다.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국가최고지도자’의 자격인 것이지 개인의 종교적 성향에 따른 게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 이래 모든 대통령이 개인의 종교와 상관없이 기도회에 참석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불사(佛事)에 거액을 기부할 정도로 독실한 불교신자였다. 그런 그도 기도회에 간 것은 어디까지나 ‘국가원수’로서 초청받았기 때문인 것이다.

 이 대통령은 기독교 장로다. 하지만 장로 이전에 국가원수로서 참석한 만큼 국민과 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절도를 보였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처럼 국민의 시선에서 벗어난 곳에서 무릎 꿇고 기도한다면 이는 개인의 신앙행위일 것이다. 그러나 국가조찬기도회처럼 모든 국민이 주시하는 국가적 행사에서는 다르다. 대통령의 움직임이 정치적·사회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국가원수의 무릎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자존심이요 국가의 체통이다. 그런 무릎이 전(全) 국가적인 이유 없이 꿇어져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현 정권은 내내 ‘기독교 편향 논란’에 휩싸여 왔다. 최근에는 이슬람채권 도입에 반대하는 기독교계의 목소리를 놓고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나 행사를 준비한 기독교계는 사려 깊은 진행으로 논란을 경계했어야 했다. 기도를 인도한 길 목사는 이런 점에서 부족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 ‘대통령’이라는 국가의 영역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그리고 그런 오해나 우려도 부르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미 서울시장 때 그는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초래한 적이 있지 않은가. 기독교계도 대통령이 종교적 절도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