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잠든 사이, 구글·애플 주식 사고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구글·애플 같은 해외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통 큰’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가 주춤하고 선진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해외주식 직접투자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 본지 2월 14일자 E12면>

 이에 따라 주요 증권사들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한 해외주식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를 통해 주식 거래가 가능한 국가는 최대 37개국에 달한다.


 1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직접투자 규모는 지난해 125억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8% 늘었다. 2008년에는 47억4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해외 주식계좌를 개설하는 투자자도 증가세다. 해외주식 투자자가 가장 많은 리딩투자증권의 경우 2008년 1만4253개였던 계좌 수가 지난해 2만6119개로 83% 늘었다. 한국투자·신한금융·우리투자·키움증권 등도 계좌 수가 같은 기간 5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요즘은 투자 대상국이 다변화하는 추세다. 예전에는 미국·홍콩 투자가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그리스·호주·인도네시아·아르헨티나 등 그야말로 5대양 6대주를 넘나든다. 미국·일본·중국·홍콩을 제외한 ‘기타 국가’에 대한 투자비중은 2009년 0.4%(37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8.8%(11억800만 달러)나 됐다.

 리딩투자증권 공진철 과장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금융위기 전 수준의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곳이 주가 상승 여력이 더 크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뿐 아니라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도 있다. 세계 최대 ETF 시장인 미국에선 현재 6000개가 넘는 ETF가 거래되고 있는데, 원유·금·설탕·팔라듐 등 다양한 실물상품에 투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중국의 유명기업 주식을 직접 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지난해 미국·중국 증시의 상대적인 부진 속에서도 애플의 주가는 53% 상승했고, 중국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하이얼은 78%나 올랐다.

 해외주식 직접투자는 기본적으로 국내 주식 투자와 비슷하다. 현재 리딩·한국투자 등 10여 개 증권사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증권사를 방문해 계좌를 개설하고, 예치금을 해당 국가 통화로 환전한 뒤 거래하면 된다.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홍콩·중국·일본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국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HTS를 구축해 놓았다. 신한금융투자는 미국·홍콩 주식의 스마트폰 거래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들 외의 국가는 전화주문 같은 오프라인 매매를 통해 거래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관련 서비스를 24시간 운영해 투자자의 편의를 돕고 있다. 수수료율은 증권사 및 국가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온라인 거래 시 0.3~0.5%, 오프라인 주문 시 0.5~0.8% 수준이다.

 국내 주식 투자와 가장 다른 점은 세금 문제다. 해외주식 투자는 주식거래세를 물지 않지만,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차익분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와 주민세를 합친 총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예컨대 총 차익이 1000만원이라면 750만원의 22%인 165만원을 차익이 난 분기 마감 후 2개월 안에 자진 신고해야 한다.

 신한금융투자 조지연 과장은 “환율에 따라 환차익·환차손이 발생한다는 것도 다른 점”이라며 “미국·홍콩은 상·하한가 제도가 없고, 나라별로 거래일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 대상 국가의 거래제도 등을 미리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홈페이지나 상담을 통해 국가별 거래제도와 경제상황, 유망기업 정보 등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