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위험… 돈보내세요” 피해 속출

미주중앙

입력

피해 잇따르자 외교부 나서

#. 2년 전 남가주로 아들을 유학보낸 정근화(서울)씨는 최근 아들의 친구라는 박준배씨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아들이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으며 수술비가 필요하니 급히 5000달러를 입금하라는 것이다. 아들에게 확인전화를 했지만 아들은 받지않았다. 정씨는 부랴부랴 박씨가 불러준 은행계좌로 송금했다. 사기였다. 나중에 아들에게 전화해 확인한 결과 ‘보이스 피싱’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아들이 전화를 안 받은 이유는 주말 심야시간 친구들과 노래방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 역시 LA인근으로 아들을 유학보낸 최병찬(인천)씨도 보이스 피싱 때문에 3000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그는 외교부 영사콜센터라며 구치소에 수감된 아들을 빼내기 위해 변호사 비용이 급하게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고 당황한 나머지 아들에게 확인도 하지 않고 서둘러 돈을 보낸 것이다. 역시 사기였다. 최씨는 “전화번호가 1544번으로 시작해 어떤 정부기관같다는 생각이 들어 전혀 의심을 하지 못했다”라며 억울해 했다.

보이스 피싱(전화 협박사기)으로 피해를 당하는 국민이 크게 늘자 한국 외교부가 재외동포 가족들에게 경계령을 내렸다. 주로 LA와 유럽발 보이스 피싱이다.

사기단은 재외동포들의 한국 내 지인을 파악해 타겟으로 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작위로 전화를 돌려 자녀가 납치를 당했거나 사고를 당했다며 돈을 요구하는 일이 많다. 우연히 아니면 시차 등의 이유로 가족들간 서로 연락이 안 되면 피해를 당하기 쉽다.

최근에는 특히 경찰이나 외교부 영사콜센터를 사칭한 보이스 피싱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러자 외교부가 27일 서둘러 피해예방에 나선 것이다.

영사콜센터란 외교부가 재외국민을 보호하고 안전한 해외여행을 돕기 위해 운영하는 곳으로 해외 사건사고, 여권, 비자발급 등 민원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또한 재외국민이 해외에서 급전이 필요한 경우 공관에 도움을 요청하면 영사콜센터는 한국의 지인에게 연락해 송금을 도와준다.

이들 사기단은 영사콜센터를 사칭하는 것이 사람들을 속이는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전화번호도 1544-XXXX, 02-000-0112 등과 같은 번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넘어갈 수 있다.

LA총영사관 허태완 언론담당영사는 “외교부가 운영하는 영사콜센터에서 전화를 했다고 하면서 피해자들을 속이는 보이스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척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연락해 신변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2010년 한국에서 발생한 보이스 피싱 피해액은 61억원 가량이며 이는 2009년 대비 45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또한 신고접수도 지난해 11월에 2900건이었던 것이 12월에는 3300건으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보이스 피싱이란...

전화 협박사기로 국세청, 경찰 등을 사칭하며 계좌번호를 요구하거나 떨어져 있는 자녀를 납치했거나 병원비가 필요하다며 거액을 요구한다. 2006년 국세청을 사칭한 전화를 받은 피해자가 500만원을 송금한 게 한국의 첫 사례로 기록됐다. 최근 해외에 있는 자녀들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며 거액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중산층 이상의 거주자가 많은 강남·서초구의 피해 발생 사례가 많으며, 신고자 중엔 의사·변호사도 다수 있다.

LA중앙일보=신승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