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구정’ 대신 ‘설’이라 불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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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설은 추석·한식·단오와 더불어 우리 민족 4대 명절의 하나다. 세시풍속 대부분이 설과 정월 대보름 사이에 집중될 정도로 설은 ‘민족 잔치’로 자리 잡았다.

 구한말 양력이 들어온 이후에도 여전히 음력 1월 1일에 설을 지냈다. 1895년 을미개혁으로 양력 1월 1일을 설로 지정하긴 했으나 양력으로 설을 쇠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일병합(1910년)으로 일본 식민통치가 본격화하면서 일제는 우리 문화와 민족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우리 명절을 부정하고 일본 명절만 쇠라고 강요했다.

 특히 우리 ‘설’을 ‘구정’(옛날 설)이라 깎아내리면서 일본 설인 ‘신정’(양력 1월 1일)을 쇠라고 강요했다. 이때부터 ‘신정(新正)’ ‘구정(舊正)’이라는 일본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선 원래 ‘신정’ ‘구정’이란 개념이 없었다. 일제가 설을 쇠지 못하게 하기 위해 ‘신정(新正)’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설을 ‘구정’이라 격하한 데서 연유했다.

 따라서 가급적 ‘설’ 또는 ‘설날’을 ‘구정’이라 부르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양력설’ ‘음력설’이라는 명칭도 마찬가지다. ‘설’은 원래 음력 1월 1일에만 존재하는 우리 전통 명절이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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