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길이 있다] 어린이 보약에 비염 치료약 더하면 ‘키가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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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맹추위가 계속되면 아이의 건강을 위해 보약을 챙기는 부모가 많다. 한방에선 체력을 키우는 데 삼보(三補)를 추천했다. 약으로 몸을 보완하는 약보(藥補), 음식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는 식보(食補), 그리고 운동으로 체력을 길러주는 동보(動補)가 그것이다.

 이 중 보약은 면역력을 키워 기초체력을 쌓도록 도와준다. 겨울철 어린이 보약의 대표적인 처방이 소건중탕(小建中湯)이다. 최근 영동한의원(원장 김남선)은 소건중탕에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는 소청룡탕을 합방한 결과 어린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김 원장은 알레르기 질환으로 한의원을 찾은 224명을 1~6세 유아기, 7~12세 초등학생, 13∼18세 중·고등학생 등 세 그룹으로 나눠 조사했다. 대상자의 질환은 알레르기성 비염 어린이 156명(69.6%), 축농증 48명(21.4%), 천식과 아토피 피부염 20명(8.9%) 순이었다.

 그 결과 한약 복용 뒤 6개월 후에는 평균 3~4cm, 1년 후에는 5~10cm까지 자랐다. 이 조사 내용은 오는 6월 10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 열리는 일본동양의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김 원장은 “보통 건강한 어린이는 연 평균 3~4cm 성장하지만 알레르기 비염 등 질환이 있으면 성장속도가 느려진다”며 “그동안 질환 때문에 크지 못한 아이들이 약 복용 후 ‘따라잡기 키 성장’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작약·계지 등을 주재료로 하는 소건중탕은 아이의 소화력을 돕고 기를 소통시키며, 알레르기비염 처방인 소청룡탕은 입호흡을 개선해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을 제거한 결과라는 것이다. 입호흡을 하면 숙면을 취하지 못해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한다.

 한방에서 허약아는 장부에 따라 소화기계(脾系)·호흡기계(肺系)·심신경계(心系)·운동신경계(肝系)·비뇨기계(泌系) 허약아 등 다섯 유형으로 분류한다. 이 중 호흡기와 관련이 있는 허약아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한방에서 폐는 피부를 주관한다. 따라서 폐계 허약아는 콧물·코막힘 등 이비인후과 질환뿐 아니라 아토피 피부염 등에도 취약하다.

 김 원장은 “소건중탕과 소청룡탕이 폐계 허약아의 면역기능과 성장기능을 항진시켜 성장을 도운 것으로 판단된다”며 “여기에 어린이에 따라 녹용·의이인(율무)·속단·우술·모과·홍화·녹각교 등을 추가해 효과를 높였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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