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잘하니까 빙상장에 사람 몰려 … 운동으로 국민 의료비 줄이는 게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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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겨울올림픽과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고성적을 내면서 우리나라도 스포츠 강국의 입지를 견고히 했다. 그 이면에 30년 역사(1980년 설립)의 체육과학연구원(이하 체과연)이 있다. 스포츠과학을 기반으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다.

 요즘 체과연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엘리트 스포츠 지원뿐 아니라 국민에게 다가가는 생활 스포츠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서상훈 신임 체육과학연구원장(사진)이 있다. 서 원장은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에서 운동생리학 박사를 거쳐 연세대 체육교육학과장을 지냈다.

-메달의 주역 뒤에는 체과연이 있다.

 “신체 조건이 아무리 좋은 선수도 능력에 한계가 있다. 무엇을 어떻게 개선시켜 훈련하면 최고의 기록을 낼 수 있을까를 찾는 게 연구원의 몫이다. 무릎을 굽히는 각도, 척추 근육의 좌우대칭 등 선수들의 몸 상태와 자세·동작·영양·심리까지 분석해 기록 향상을 이끈다. 장미란·정다래 같은 선수가 대표적인 예다. ”

 -투자가 많은 일본보다 성적 좋은 이유는.

 “인적 자원은 우리가 뛰어나다. 35명의 전문가가 선수·코치·감독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경기종목별로 돕는다. 체과연은 체육지도자 육성사업도 펴고 있다. 지난해에만 1만3000여 명의 생활체육지도자와 경기지도자가 배출되고, 72건의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일본 연구원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견학을 온다.”

 -대표선수 육성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나.

 “생활체육 위에 엘리트 스포츠가 꽃피워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됐다. 하지만 엘리트 스포츠는 국민이 운동을 생활화하는 좋은 동기를 부여한다. 김연아·모태범·이상화 선수가 좋은 성적을 올리고부터 많은 사람이 스케이트장으로 몰린다.”

 -운동이 중요하지만 재미없어 포기한다.

 “몸이 어떻게 좋아지는가 전문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의사가 운동을 권해 하는 것과 운동하면 근력·심폐기능·혈중 콜레스테롤·지능·몸매·우울증 등이 좋아진다는 것을 알고 하는 것은 다르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도록 교육하는 체육지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운동에 대한 동기가 충만하도록 친절하고 열정적으로 지도해야 한다.”

 -국민 체력 향상을 위한 측정기준이 마련된다던데.

 “운동을 처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의 강도·빈도·시간·유형 등 네 가지다. 이는 개인의 체력에 따라 달라진다. 체력이 좋은 사람한테는 50%밖에 효과가 없는 운동처방이 체력이 떨어진 사람에겐 100%가 될 수 있다.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각각에 맞는 운동처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체력수준을 측정해 객관화하는 ‘국민체력인증제’를 구축 중이다. 현재 성인 기준이 마련됐으며, 2014년까지 청소년과 노인·장애인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 7월부터 4개 도시민의 체력을 측정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엘리트 스포츠든 유아·장애인·노인 스포츠든 결국 하나의 고리로 연결된다. 올해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육상드림팀 등을 적극 지원하면서 국민의 생활체육을 활성화하겠다. 국가가 체육활동에 1달러를 투자하면 3.43달러의 경제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개인은 꾸준한 운동으로 연간 330달러의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스포츠의학·가정의학·심리학·운동생리학 등 전문 연구를 하는 ‘스포츠의학 R&D센터’ 설립도 구상하고 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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