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늘어나는 녹내장, 건강검진만으론 놓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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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김안과병원 원장

녹내장은 눈의 압력이 높아져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돼 발생한다. 시야가 점점 좁아져서 결국 시력을 잃는다. 녹내장의 심각성은 병이 진행될 때까지 증상을 느끼지 못해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데 있다.

 최근 녹내장 환자의 증가세가 심상찮다. 2008년 한 해 동안 녹내장 치료를 받은 환자는 31만3000여 명이다. 2000년 18만여 명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이 녹내장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노인성 눈질환으로 여겨졌던 녹내장 유병률이 늘고 있는 것은 20~30대 젊은 환자 증가가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2007년 병원을 찾은 녹내장 환자를 집계한 결과, 20대가 2000년 1058명에서 2007년 2669명으로 약 150% 뛰었다. 30대 환자는 같은 기간 1173명에서 1840명으로 50% 이상 늘었다.

 젊은 녹내장 환자는 노년층보다 위험하다. 이미 시신경이 많이 손상된 상태에서 발견된 환자가 많았다. 또 이들은 병의 진행도 노년층보다 훨씬 빠르다.

 녹내장이 위험한 것은 한번 손상된 시신경을 되돌릴 수 없다는 데 있다. 현재 녹내장 치료법은 녹내장 진행을 멈추거나 늦추는 데 그친다. 이 때문에 조기에 진단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녹내장 검사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최근 한 대학병원의 건강검진에서 안구 속을 관찰하는 ‘안저촬영’을 받은 사람 중 2%가 녹내장 진단(국내 녹내장 유병률과 비슷)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약 16%가 30대인 것으로 보고되면서 마치 안저촬영이 녹내장 조기 진단율을 높이는 것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건강검진 시 안저촬영은 시신경이 정상에서 벗어난 사람을 가려낼 뿐 그 변화가 녹내장으로 인한 것인지는 보다 정밀한 추가 검사를 통해 판별해야 한다. 안저촬영만으로 녹내장을 확진할 수 없고 환자를 놓칠 수 있다는 말이다.

 건강검진에서 안저촬영으로 녹내장이 의심되면 망막 시신경층의 결손을 확인하는 ‘망막시신경 섬유층 안저촬영’과 ‘망막CT(OCT)’ 검사를 통해 진단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 실제 녹내장이 의심돼 김안과병원에 의뢰된 환자 중 27.2%(147명 중 40명)가 녹내장 환자이거나 녹내장 치료를 권고받았다.

 따라서 40대 이상은 1년에 한 번, 그리고 고도 근시 또는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사람, 과거 눈 외상이 있었거나 장기간 스테로이드 점안약을 투여한 사람, 당뇨·고혈압·갑상선 질환자는 젊은 층이라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손용호 김안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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