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25년 만에 귀국한 독재자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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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진과 전염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티가 25년 만에 귀환한 독재자의 처리를 놓고 다시 뒤숭숭해지고 있다.

아이티 경찰은 최근 갑자기 귀국해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던 장 클로드 뒤발리에(60·사진) 전 대통령을 18일(현지시간) 체포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뒤발리에는 호텔 밖에 주차된 차량에 올라 법원으로 호송됐으나 체포 당시 수갑은 차지 않은 상태였고 주변에 모인 군중 사이에서는 그를 향한 야유와 응원 소리가 뒤섞여 나왔다. 아이티 경찰은 뒤발리에를 체포하면서도 그가 과거 독재 시절 저지른 범죄 때문에 붙잡힌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뒤발리에는 체포에 앞서 숙소에서 검찰 고위 관계자와 판사를 만났지만 이들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아 그의 신병 처리와 관련해 양측이 모종의 사전 교감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호텔방에서 뒤발리에를 만났던 가브리에 람부와스 판사는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검사가 함께 있고 싶다고 해 그를 돕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귀국 이틀간 뒤발리에의 입노릇을 했던 전직 프랑스대사 앙리 로베르 스텔랑은 “당국이 뒤발리에를 감옥에 보내는지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앞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은 뒤발리에를 당국이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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