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의혹만 제기하고 끝난 장관 후보 청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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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문회를 볼 때마다 답답해진다. 후보들마다 야당 의원은 수많은 의혹을 제기하지만 제대로 진실을 확인해주지 못한 채 끝난다. 그러니 장관을 임명하고 청문회를 거칠 때마다 정부에 대한 불신, 국회에 대한 불만만 쌓여간다.

 지난 17, 18일 열린 최중경(지식경제부)·정병국(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마찬가지다. 최중경 후보자에게 특히 문제된 대목은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투기를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다. 지금은 정부청사가 들어선 대전 유성의 밭, 공단이 들어선 충북 청원의 임야를 미리 사들였다가 개발계획이 확정된 뒤 거액의 보상금을 받은 경우다. 본인은 몰랐다고 한다. 부인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거액이 오가는 거래를 몰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설혹 몰랐다고 하더라도 장관이 될 인물이면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다른 후보와 비교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지난해 8월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이재훈 전 차관의 경우 쪽방촌 투기의혹으로 낙마했다. 국민이 납득할 도덕성의 커트라인은 어디인가.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의혹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자는 모두 장관 자리에 오를 것이란 점이다. 청문회가 허점투성이기 때문이다. 청문회 제도 자체가 후보의 철저한 검증보다 정치적 쇼에 가깝다. 여야 모두 제대로 된 검증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목소리를 높이기 이전에 현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

 우선 철저한 검증을 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다. 겨우 하루 검증하면서 여당은 무조건 감싸려 들고, 야당은 한 건 터뜨려 흠집내기에 바쁘다. 미국의 경우 인사청문회에 시간 제한이 없다. 의회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권한도 방대하며 거짓 증언에 대한 처벌도 엄격하다. 그러니 당연히 대통령의 후보자 선정도 매우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청문회는 정치공세의 장이 아니다. 좋은 인물을 뽑아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해나가기 위해 행정부와 의회가 협력하는 장치다. 그 본래의 취지에 맞게 정부와 의회가 힘을 모아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