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울린 크리스티나, 장기기증 ‘마지막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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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8일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총기사건으로 희생된 크리스티나의 생전 모습.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지난 8일 발생했던 총기 난사사건으로 숨진 아홉 살 어린이 크리스티나 그린(사진)의 장기가 다른 어린이의 생명을 살리게 됐다.

 미국 ABC방송 인터넷판에 따르면 크리스티나의 아버지 존 그린이 딸의 장기를 기증했다고 일간 보스턴 글로브에 16일 밝혔다. 그린은 “누가 장기를 받았는지, 어느 병원에서 장기 기증이 이뤄지는지와 같은 상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신문에 말했다. 그린은 크리스티나의 장기가 다른 어린이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소식에 “기분이 홀가분해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린의 부인 록사나도 “크리스티나가 또 다른 놀라운 일을 해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딸의 장기를 제공받은 어린 소녀를 만날 것인가라는 CNN의 질문에 그린은 “그를 만나 껴안을 것이다. 이것은 축복이다”고 답했다.

 크리스티나는 8일 투산에서 개브리얼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가 총격을 당해 사망한 희생자 6명 중 한 명이다. 2001년 9·11 테러 공격이 있던 날 태어나 이를 기리는 50명의 ‘희망의 얼굴’로 선정됐던 크리스티나가 이날 행사에 참여한 것도 정치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크리스티나의 장례식은 13일 세인트 엘리자베스-앤 시튼 가톨릭 교회에서 1800여 명의 조문객이 모인 가운데 거행됐다. 조문객들 중에는 기퍼즈 의원의 남편인 우주인 마크 켈리, 애리조나주의 존 매케인 연방 상원의원 등도 있었다. 제럴드 기카나스 주교는 설교에서 “크리스티나는 자신의 인생을 중요하게 만들고자 했다. 그는 자신이 상상하지 못할 강력한 방법으로 이를 이루었다”고 말하고 장기 기증 사실을 공개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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